| ▲최창호 변호사 |
1. 서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위계의 의미
가.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가 한계를 일탈한 규율위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려면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한다.
나.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도244 판결).
3. 접견교통권의 한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인 시간적ㆍ장소적 상황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하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접견교통권이 그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할 때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4. 소위 집사 변호사 사건
가. 미결수용자가 가지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그와 표리 관계인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접견교통권과 함께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선고 2016헌마50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9. 2. 28. 선고 2015헌마120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집행법'이라 한다)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두고 있다. 즉, 변호인은 미결수용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4조).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고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하며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구 형집행법 제84조 제1항). 또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구 형집행법 제84조 제2항). 이처럼 헌법이 접견교통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취지 및 관계 법령들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법령의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
나.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이 교도관에게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는 경우 미결수용자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호 활동을 하는지, 실제 변호를 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등은 교도관의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미결수용자의 개인적인 업무나 심부름을 위해 접견신청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교도관들에 대한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미결수용자와 접견 업무 간의 서신은 교정시설에서 상대방이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없는바(구 형집행법 제84조 제3항),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이 접견에서 미결수용자와 어떤 '내용'의 서류를 주고받는지는 교도관의 심사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과 소송서류 이외의 서류를 주고받은 것이 교도관들에 대한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라. 형집행법은 수용자와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의 접견 시 일정한 경우 접견내용을 청취ㆍ기록ㆍ녹음 또는 녹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구 형집행법 제41조 제2항)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에는 교도관의 참여나 접견내용의 청취 또는 녹취를 금지하고 있는바(구 형집행법 제84조 제1항),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교도관의 감시, 단속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연락업무 등을 수행한 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마.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에게 지시한 접견이 변호인에 의한 변호 활동이라는 외관만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형사사건의 방어권 행사가 아닌 다른 주된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행위로서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도244 판결).
5. 금지물품(휴대폰 등) 반입 : 변호사가 접견을 핑계로 수용자를 위하여 휴대전화와 증권거래용 단말기를 구치소 내로 몰래 반입하여 이용하게 한 행위
행형법 제45조, 제46조 제1항, 구 수용자 규율 및 징벌에 관한 규칙(2004. 6. 29. 법무부령 제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7조 제1항, 교도관직무규칙 제47조, 제54조의 각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수용자에게는 허가 없는 물품을 사용ㆍ수수하거나 허가 없이 전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연락하는 등의 규율위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금지의무가 부과되어 있고, 교도관은 수용자의 규율위반행위를 감시ㆍ단속ㆍ적발하여 상관에게 보고하고 징벌에 회부되도록 하여야 할 일반적인 직무상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수용자가 교도관의 감시ㆍ단속을 피하여 규율위반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단순히 금지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것에 지나지 아니할 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또 수용자가 아닌 자가 교도관의 검사 또는 감시를 피하여 금지물품을 반입하거나 허가 없이 전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연락하도록 하였더라도 교도관에게 교도소 등의 출입자와 반출ㆍ입 물품을 단속ㆍ검사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이상, 수용자 아닌 자의 그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감시ㆍ단속업무를 수행하는 교도관에 대하여 그가 충실히 직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업무처리과정하에서는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그 업무집행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면 이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5도1731 판결).
6. 결
가. 권리 남용과 범죄의 구별
소위 '집사 변호사' 행위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한계를 일탈한 '권리 남용'이나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나. 교도관의 직무 범위
교도관이 확인하거나 간섭할 권한이 없는 영역(접견 내용 등)에 대해서는, 설령 기망이 있었다 하더라도 보호받아야 할 '구체적인 직무집행'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 헌법적 가치와의 충돌
판례는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효율적인 교정 행정보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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