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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따른 권리구제 체계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4-06 1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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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따른 권리구제 체계”

 

 

 

 

 

▲최창호 변호사

1. 서
현대 산업 사회에서 근로자는 사업주의 지휘·감독 아래 노동을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과 같은 '업무상 재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재해를 입었을 때, 이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을 넘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직결된다.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따라 우리 법제는 재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원적인 구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나는 민법에 근거한 과실책임 원칙의 '손해배상'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근거한 무과실책임 원칙의 '재해보상'이다.


2. 민법상 손해배상
가. 민법상 손해배상은 근로자가 입은 재해가 사업주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해 입은 실제 손해 전부를 배상받는 제도이다. 이는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 책임 또는 제751조(위자료), 그리고 근로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민법 제390조)을 근거로 한다.

나. 성립 요건과 입증 책임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고의·과실, 위법행위, 손해의 발생, 그리고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특히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약 사업주가 안전장치를 미비했거나 적절한 교육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면, 이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다. 배상의 범위
재해보상과 달리 민법상 손해배상은 '완전 배상'을 원칙으로 한다. 즉,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 손해, 사고가 없었더라면 얻었을 소득인 소극적 손해(일실수익),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모두 포함한다.

다. 과실상계의 원칙
민법상 손해배상에서 가장 유의할 점은 '과실상계'이다. 근로자 본인에게도 부주의가 있었다면 그 비율만큼 배상액이 감액된다. 따라서 사업주의 전적인 과실이 아닌 이상, 근로자가 체감하는 최종 배상액은 실제 손해액보다 적을 수 있다.


3.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제도
가.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 사용자가 직접 보상하도록 규정한 제도이다(근로기준법 제78조 내지 제92조).

나. 무과실책임의 원칙
민법상 손해배상이 '잘못한 만큼 책임진다'라는 원칙이라면,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업을 운영하며 이익을 얻는 자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부담한다'라는 위험책임의 원칙에 기반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과실이 있더라도(중대한 과실로 인한 제외 사유가 없는 한) 사용자는 법정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다. 보상의 종류
요양보상, 휴업보상, 장해보상, 유족보상, 장사비 등이 있다. 보상 금액은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법에 정해진 일수나 비율에 따라 정형화되어 지급된다.

라. 실효성의 한계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가 직접 보상 주체가 되므로, 사용자의 지불 능력이 부족한 경우 근로자는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사회보험 형태인 산재보험제도이다.


4.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산재보험)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 책임을 국가가 대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업장에 적용되며, 근로자 보호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나. 사회보장적 성격
산재보험은 사업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여 조성된 기금으로 국가(근로복지공단)가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는 사용자의 개별적 지불 능력과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보장한다.

다. 보상의 내용
근로기준법상 보상 항목과 유사하지만, 간병급여, 직업재활급여 등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특히 연금 형태의 지급이 가능하여 재해 근로자와 유족의 장기적인 생활 안정을 도모한다.

라. 민법상 손해배상과의 조정
재해 근로자는 산재보험급여를 먼저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재보험은 무과실책임이므로 승인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산재보험은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으며 일실수익 계산 방식도 민법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산재급여를 받은 후에도 실제 손해액이 산재급여를 초과한다면, 근로자는 그 차액과 위자료를 사업주에게 민법상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이미 받은 산재급여만큼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된다(이중보전의 금지).


5. 결
업무상 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다층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산재보험을 통해 신속하고 확실한 기초 보상을 제공하고, 사업주의 명백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상 손해배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전받는 구조이다.


특히 전문적인 법률가의 시각에서 볼 때, 업무상 재해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을 명확히 입증하여 산재 승인을 받는 것이며, 이후 사업주의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땀방울이 눈물이 되지 않도록, 재해 발생 시 적극적인 법률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를 모두 행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상 제도의 명확한 이해와 적시의 대응만이 재해로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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