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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회사소송의 특수성과 변론절차의 구조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7-03 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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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소송의 특수성과 변론절차의 구조”

 


▲최창호 변호사
1. 서론

회사는 주주, 이사, 감사,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결합하여 운영되는 조직체이며, 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단순한 개인 간 권리다툼을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제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법은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 주주총회결의무효확인의 소, 이사해임의 소, 회사해산의 소 등 이른바 ‘회사의 소’를 비롯한 다양한 회사법상 소송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일반 민사소송은 원칙적으로 특정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무 관계를 확정하는 데 그 효력이 그치지만, 회사소송은 판결의 효력이 회사와 주주, 임원, 채권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상법상 회사의 소에 관한 판결은 대세효(對世效)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이해관계인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회사소송은 사적 분쟁 해결이라는 측면과 함께 기업지배구조의 적법성 확보 및 조직법적 안정성 유지라는 공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따라서 일반 민사소송에서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가 일정 부분 수정·제한되며, 법원의 직권적 관여가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독특한 절차구조를 갖는다.


2. 처분권주의와 그 제한

처분권주의란 소송의 개시, 심판의 대상 및 소송의 종료 여부를 당사자의 의사에 맡기는 원칙을 말한다. 민사소송법상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범위를 초과하여 재판할 수 없으며, 원고가 소를 취하하거나 당사자가 청구를 포기 또는 인낙하는 경우 소송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회사소송에서도 원칙적으로 소를 제기할 것인지 여부와 청구의 내용은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처분권주의는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회사소송은 판결의 효력이 광범위한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송의 종료 단계에서는 상당한 제한이 가해진다. 대표적으로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나 결의무효확인의 소와 같이 대세효가 인정되는 회사의 소에서는 피고 회사가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하여 인낙판결을 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만약 회사 경영진과 특정 주주가 통모하여 임의로 청구를 인낙할 수 있다면 회사의 조직법적 질서와 다른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법은 회사의 소에서 소의 취하나 화해에 관하여 일반 민사소송보다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상법은 이해관계인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일정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요구함으로써 당사자 간 임의적인 합의에 의한 절차 종결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대세효가 미치는 소송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 이해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결국 회사소송에서 처분권주의는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공공성과 조직법적 안정성 확보라는 목적 아래 일정한 범위에서 수정·제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변론주의의 기본 원칙과 한계

변론주의는 사실의 주장과 증거의 제출을 당사자의 책임으로 하고, 법원은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는 민사소송의 기본원칙이다. 이는 당사자의 절차적 자율성과 자기책임 원칙을 구현하는 핵심적 제도이다.

회사소송에서도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주장과 입증은 당사자의 책임에 속한다. 예컨대 주주총회 소집절차의 하자, 의결방법의 위법성, 이사의 법령·정관 위반행위 등은 원고가 주장·입증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반박 역시 피고가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회사소송에서는 변론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는 회사의 내부 정보와 자료를 광범위하게 보유하고 있는 반면, 소수주주는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위법한 결의나 경영행위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여 패소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회사의 소에 관한 판결은 대세효를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정 주주의 패소는 사실상 다른 모든 주주와 이해관계인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회사소송은 일반 민사소송보다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4. 변론주의에 대한 직권주의적 보완

회사소송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상법은 변론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상법 제186조는 회사의 소에서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소송이나 가사소송에서 볼 수 있는 전면적인 직권탐지주의와는 구별된다. 즉, 회사소송은 여전히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유지하지만,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하여 법원의 직권증거조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절충적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당사자들이 의도적으로 중요한 자료를 은폐하거나, 특정 주주와 경영진이 통모하여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독자적으로 진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정보 접근이 제한된 소수주주의 입증상 어려움을 완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실무상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중심으로 심리하되, 필요한 경우 회사의 장부나 의사록 등의 제출을 명하거나 관계자를 심문하는 등 적극적인 석명권 행사와 직권증거조사를 병행한다. 이러한 법원의 역할은 회사의 조직법적 질서와 실질적 정의를 함께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5. 직권조사사항의 판단과 법원의 역할

회사소송에서 법원이 가장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하는 부분은 소송요건과 관련된 직권조사사항이다.

직권조사사항이란 당사자가 주장하거나 다투지 않더라도 법원이 스스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사항을 의미한다. 이는 소송의 적법성과 재판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문제이므로 법원은 소송의 전 과정에 걸쳐 이를 지속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회사소송에서는 원고적격의 존부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사해임청구소송의 경우 일정한 지분율 또는 보유기간 요건을 충족한 주주에게만 소제기권이 인정된다. 또한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와 같이 단기간의 제소기간이 규정된 소송도 존재한다.

이러한 원고적격, 제소기간 준수 여부, 소의 이익 유무는 물론 당사자능력, 소송능력, 관할권의 존재, 중복제소 여부 등은 모두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이를 다투지 않거나 심지어 합의하더라도 법원은 독자적으로 이를 심사하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소송요건이 결여되어 있다면 법원은 본안 판단에 나아갈 필요 없이 소를 각하하여야 하며, 이는 무분별한 소송으로부터 회사의 경영 안정성을 보호하고 절차 남용을 방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6. 결론

회사소송은 단순한 사인 간 권리분쟁의 해결절차가 아니라 기업지배구조의 적법성과 회사의 조직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이다. 특히 상법상 회사의 소는 판결의 효력이 광범위한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므로 일반 민사소송과는 다른 절차적 특수성을 가진다.

따라서 회사소송의 변론절차는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를 기본원리로 유지하면서도, 청구 인낙의 제한, 소의 취하 및 화해에 대한 통제, 직권조사사항의 엄격한 심사, 그리고 법원의 직권증거조사와 같은 공익적 요소를 함께 수용하고 있다.

결국 회사소송은 사적 자치와 공익적 통제의 균형 위에서 운영되는 특수한 소송절차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소송을 수행하는 당사자와 대리인은 단순히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법원의 직권적 심사와 개입 가능성까지 고려한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소송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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