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축소 입법, 헌법적 정당성과 합리적 대안”
| ▲최창호 변호사 |
1. 서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연결되는 민감한 제도 영역이다. 특히 양도소득세는 국민이 오랜 기간 형성한 자산의 처분 단계에서 부과된다는 점에서 세율과 공제제도의 변화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중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는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장기보유에 따른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고, 거래 위축을 완화하며,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조정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최근 장특공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정액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조세입법은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재산권 보장,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뢰보호원칙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장특공제 축소 입법은 단순한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와 조세정의의 문제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2.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본질과 기능
장특공제는 일정 기간 이상 토지·건물 등을 보유한 납세자에게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제도적 근거로 삼는다.
가. 물가상승에 따른 명목이익 조정
장기간 보유한 부동산의 양도차익에는 실질적 자산가치 상승뿐만 아니라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명목상 상승분이 포함된다. 예컨대 10년 전 5억 원과 현재의 5억 원은 동일한 경제적 가치가 아니다. 이를 전부 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면 실질소득이 아닌 원본보전분까지 과세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나. 거래 동결효과(Lock-in Effect) 완화
양도세 부담이 과중하면 자산 보유자는 매각보다 보유를 선택하게 되고, 이는 시장에 매물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장특공제는 장기보유자에게 일정한 출구를 제공함으로써 거래를 촉진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 장기보유 및 실거주 유인
부동산을 단기 투기수단이 아니라 생활기반 자산으로 보유·거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수단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3. 축소 입법 논의의 배경과 내용
최근 발의된 소득세법 개정안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명분을 내세운다.
가. 고가주택 중심의 역진성 시정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일수록 공제액도 커져 결과적으로 고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비판이다.
나. ‘똘똘한 한 채’ 현상 완화
상급지 1주택에 자산이 집중되는 현상이 장특공제와 결합하여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다. 세수 확보와 재분배 강화
기존 비례형 공제를 폐지하고 일정 한도의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세수 증가와 조세재분배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라. 소결
입법 목적 자체는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수단이 과도하거나 실질을 외면할 경우 헌법상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4. 헌법적 문제점
가. 재산권 보장과 비례원칙 위반 우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고,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 물론 조세부과는 재산권 제한의 대표적 형태이지만, 과세가 과도하여 실질적 재산 자체를 잠식한다면 위헌성이 문제 된다.
장특공제를 급격히 폐지·축소하여 장기보유자가 물가상승분까지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면, 이는 실질소득에 대한 과세를 넘어 원본침해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목적이 시장안정이라 하더라도 모든 장기보유자를 일률적으로 중과하는 방식은 최소침해성에 반한다.
나. 평등원칙 위반 가능성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한다. 실거주 1주택 장기보유자와 단기 매매 투자자는 경제적 실질이 다르다. 그럼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장특공제를 축소하거나 동일한 세액공제 한도만 적용한다면 실질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특히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단순히 지역적 사정만으로 고가주택 보유자가 된 중산층 실거주자까지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 기준이라 보기 어렵다.
다. 신뢰보호원칙 침해
부동산 취득은 수년 내지 수십 년 단위의 장기계획 아래 이루어진다. 국민은 현행 세제를 전제로 거주·이전·노후설계를 한다. 그런데 기존 공제제도를 신뢰하고 장기보유한 납세자에게 경과규정 없이 불리한 세제를 즉시 적용한다면, 이는 헌법상 신뢰보호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 조세법은 원칙적으로 장래효를 갖지만, 기존 형성된 법률관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라. 조세법률주의와 예측가능성 훼손
조세제도는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핵심 가치이다. 정권이나 정치상황에 따라 공제제도가 급변한다면 국민은 합리적 경제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는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명확성과 안정성에 반한다.
5. 보다 합리적인 대안
장특공제 제도의 문제점이 일부 존재한다 하더라도, 해법은 전면 폐지나 급격한 축소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에 있다.
가. 실거주자와 투자보유자의 구분 강화
1세대 1주택 실거주 장기보유자에게는 충분한 공제를 유지하되, 다주택 투자성 보유자에 대해서는 별도 기준을 둘 수 있다. 이는 투기억제와 실수요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식이다.
나. 물가연동형 과세체계 도입
양도차익 산정 시 취득가액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하거나, 최소한 장기보유 공제의 일정 부분을 물가상승률과 연계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이는 명목소득 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정교한 제도이다.
다. 누진적 공제 상한 조정
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문제라면 전면 폐지 대신 일정 양도차익 구간 초과분에 대해서만 공제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라. 충분한 경과규정 마련
이미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를 일정 기간 유지하거나, 시행일 이후 취득분부터 적용하는 방식으로 신뢰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6. 결론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의는 단순한 세수 확보나 정치적 메시지 차원의 접근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장특공제는 장기보유에 따른 경제 현실을 반영하고 거래 위축을 완화하며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를 급격히 폐지하거나 정액공제로 대체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을 훼손하고, 재산권 보장·평등원칙·신뢰보호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조세정의는 많이 거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거두는 데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공익도 중요하지만, 헌법상 재산권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기초 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개혁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세제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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