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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검찰총장 징계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0-11-30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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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 징계
 
11월 24일 퇴근 시각이 임박한 무렵에 헌정사상 초유의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명령이 발령되었다. 법무부장관이 과천 법무부 청사가 아닌 서초동 고검 청사 기자실에서 발표문만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총총히 사라진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는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과연 민주국가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조사한 내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검찰총장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정권에서 이른바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미움을 받아 지방의 한직으로 밀려다니던 검사를 일약 검찰의 꽃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인사를 했다가 다시 지난해 8월 검찰총장으로 중용된 인물이다. 대통령은 그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격려하여 국민으로부터 큰 공감을 얻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까지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자 현 정권으로부터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당내 경쟁자인 모씨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하며 후보 사퇴를 시도했고, 또 강력한 경쟁자였던 야당 후보의 불법 수사를 자행하는 등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하여 민정수석, 정무수석 등 청와대 비서실 7곳이 선거부정에 가담하고, 선거기간 동안 수사 보고를 전후 21차례나 받았다는 혐의로 청와대 참모 등 13명을 일괄기소 하면서부터 갈등이 더욱 커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국정원을 대통령의 4대 권력기관이라고 했고, 대통령은 이 권력기관을 적당히 컨트롤 해왔다. 또, 승진이나 정치적 야심을 가진 이곳의 일부 인사들은 헌법과 법률이 아닌 대통령의 의중을 적극적으로 추종해왔다. 특히 검찰은 ‘정치의 시녀’라고 폄하되기도 했는데, 이런 정치적 외풍을 막기 위하여 검찰총장에게 2년 임기를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해임하자니 2년 임기의 법률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되자, 법무부장관이 인사권으로 징계에 회부하고 직무정지명령을 단행한 셈이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징계 회부와 직무정지명령에 사표를 내는 대신 법원에 직무집행정지신청을 했다. 이것은 법무부장관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항의의 표시이고, 아직 그의 임기는 10개월이 남아있다.
 
법원이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총장은 다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직무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항고와 재항고 그리고 소송으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이다. 또, 친정부적인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과도 뻔해보여서 어떤 형태로든 법원으로 넘어갈 것이 뻔해서 앞으로 상당 기간 정치적 혼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국민은 정부·여당이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한 인물을 토사구팽처럼 잘라내는 ‘누워서 침 뱉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 정부 고위층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게임인지, 국민의 공분을 일으킬 불법과 부정을 감추려는 음모일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검찰개혁의 대상이 검찰의 구조적 적폐가 아니라, 마치 현 검찰총장의 임명 이후 자행된 것처럼 비치는 현 정부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한직을 떠돌던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다시 검찰 총수로 연거푸 승진 발탁한 것이 현 정권이니, 청와대 보좌진의 정보 분석이나 대통령의 인식이 크게 미숙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을 한다며 인사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으나, 법과 명령에 의해서 행한다고 하는 인사권도 자유재량이 아니라 선례와 관행을 고려해야 하는 기속행위이다. 그런데도 정기인사에서 전보된 검찰 간부를 불과 3~4개월 만에 옮기는 인사를 과연 적정한 인사권 행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안심하고 본분에 충실할 수 있을까?
 
법무부장관의 처사는 한마디로 현 정권 수사에 칼을 내민 검찰 총수를 찍어내려는 의도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문득 2013년 채 모 전 검찰총장 사태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가 물러난 것은 외견상 혼외자 파문 때문이었지만 그것을 진짜 이유로 보는 국민은 없다. 오히려 본질은 박근혜 정부 탄생의 아킬레스건인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법대로 밀어붙이다가 찍혀 나갔다고 믿고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언론에 폭로되기까지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다. 특히 판사 출신인 현 법무부장관은 여당의 당 대표를 역임했는데, 그녀는 현 정권의 원조라고 할 참여정부 당시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가 정권이 바뀌자 탄핵 주도를 참회하며, 멀리 광주에서 서울까지 보름 동안 세 걸음 걷다가 한번 엎드려 비는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사죄하기도 했었다. 당장 오늘 각급 검찰청의 장을 비롯한 평검사회의가 잇달아 열리고, 법무부장관의 처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데, 이것이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는 검찰의 적폐인지,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검찰개혁의 신호탄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이렇게 무리한 평지풍파를 일으킨 뒤, 세상이 바뀌면 또다시 어떤 형태로 사죄할는지 기대된다. 여기에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하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할 단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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