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전쟁은 시작됐지만 끝은 없다…트럼프가 ‘데미안’을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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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시작됐지만 끝은 없다…트럼프가 ‘데미안’을 읽어야 하는 이유

마성배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2 12: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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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은 시작되지만 질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힘의 언어가 반복될수록 세계의 비용은 더 커진다

전쟁은 대개 짧게 끝날 것처럼 시작된다. 정밀 타격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군사 목표는 제한적이라고 설명된다. 정치 지도자는 상황이 곧 통제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전장은 늘 그 설명을 비껴간다. 길어지고, 번지고,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사이 군사 충돌도 그 익숙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조기 종료를 언급하지만, 현장은 이미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보복 공격은 이어지고 긴장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전쟁에는 언제나 명분이 따라붙는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고,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폭격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명분보다 먼저 비용이 드러난다. 군사비용만이 아니다. 시장은 즉각 흔들리고, 외교는 경직되며, 민간 사회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을 떠안는다.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해상 물류가 긴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쟁은 국경 안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출처: 챗GPT 생성이미지

 


트럼프의 정치는 오래전부터 갈등을 단순한 언어로 정리해 왔다. 상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압박해야 할 대상이고, 양보는 곧 약함으로 읽힌다. 무역에서는 관세가 그 역할을 했다. 높은 세율을 매기면 미국이 강해진다는 구호는 복잡한 공급망과 시장 구조를 지운 채 정치적 이미지만 남겼다. 외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재는 반복됐고 압박은 결단으로 포장됐다. 지금은 군사력이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그런 방식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군사력은 시설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그 이후의 질서를 설계하지는 못한다. 목표물을 제거하는 일과 이후의 정치를 책임지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은 시작한 쪽의 계산보다 오래 지속됐고, 더 복잡한 갈등을 남겼다. 끝낼 수 있다고 믿었던 전쟁이 오히려 다음 불안을 불러오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지금 떠오르는 책이 있다.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성장의 소설이지만, 동시에 익숙한 질서가 깨지는 과정을 다룬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처음에는 세상이 선과 악으로 분명히 나뉘어 있다고 믿는다. 안전한 세계와 위험한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구분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현실은 단정한 경계 위에 놓여 있지 않고, 인간 역시 간단한 기준으로 나눌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전쟁을 결정하는 정치가 자주 놓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세계를 선과 악,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순간 현실은 오히려 보이지 않게 된다. 지금의 국제질서는 어느 한 나라가 힘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군사 충돌 하나가 곧바로 에너지 가격을 흔들고 금융시장에 파문을 만들며 외교 관계 전체를 흔든다. 상대를 압박하는 행위가 곧 자국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연결 구조가 이미 굳어져 있다.

『데미안』의 문장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은 이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보호이면서 동시에 한계다. 익숙한 질서는 안정감을 주지만, 그 안에 머무르면 새로운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과거의 승리 경험과 냉전의 사고방식이 여전히 오늘의 해법처럼 작동한다고 믿는 순간 정치는 현재를 놓치게 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일이 훨씬 어렵다. 군사적 우위가 곧 정치적 해결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대 전쟁이 반복해서 보여준 교훈이다. 폭격은 장면을 바꿀 수 있지만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남겨진 불안정은 오히려 더 긴 시간 동안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공격 명령이 아니다. 자신이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일이다. 만약 트럼프가 그 질문을 진지하게 던질 수 있다면, 전쟁 전략서보다 먼저 『데미안』을 펼쳐보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문학은 전쟁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보여준다. 세계는 지도자의 확신보다 훨씬 복잡하며, 그 복잡함을 외면하는 정치가 결국 더 큰 대가를 남긴다는 사실이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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