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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취소, 공소취소, 그리고 직권취소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5-13 1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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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공소취소, 그리고 직권취소”

 

 

 

 


▲최창호 변호사
1. 서

가. 무효와 취소
법학 공부를 시작하면 민법총칙 부분에서 무효와 취소를 배우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 법률행위 또는 의사표시를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법질서 전체의 이상에 비추어 개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서 당연히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만한 객관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무효로, 효력의 부인을 특정인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하여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는 경향이 있다. 법률행위의 취소는 취소권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면 이미 발생하고 있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다루는 것이다.

나. 취소
법학에서 취소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행위나 행정행위에 대하여, 성립 당시에 하자가 있었음을 이유로 그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장래를 향해 효력을 소멸시키는 '철회'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성립 당시의 하자뿐만 아니라 사후적 사정변경에 의한 효력 상실까지 '취소'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다. 취소, 직권취소, 공소취소
법치국가에서 '취소'라는 개념은 이미 발생한 법적 효력을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강력한 행정적·사법적 수단이다. 하지만 같은 '취소'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형사소송의 영역인지, 혹은 일반 행정 작용의 영역인지에 따라 그 성질과 효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특히 공소취소와 행정의 직권취소는 국가 권력의 행사를 철회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근거 법령과 절차적 통제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 행정상 취소 및 공소취소

행정법령상 취소는 처분청이 스스로 행하는 '직권취소'와 처분 상대방의 쟁송 제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쟁송취소'로 구분할 수 있다. 형사절차에 있어서는 ‘공소취소’가 존재하는데, 이는 검사가 이미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여 형사재판 절차를 종결시키는 단독적 소송행위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의 공권력 행사를 스스로 거두어들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할 것인바, 국민의 권익 보호와 깊은 관련이 있다.


3. 공소취소: 형사소송의 종결과 검사의 재량

공소취소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후 제1심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공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철회하는 법률행위적 소송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55조에 근거하며, 검사의 공소제기 재량을 사후적으로 행사하는 형태이다.


공소취소의 사유는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통상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유죄 판결의 가망이 없는 경우, 혹은 정책적 판단에 의해 처벌의 필요성이 사라진 경우에 행해진다. 실무상 헌법재판소에서 형벌법규가 위헌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공소취소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공소취소는 위임전결 규정상 검사장 전결사항인데, 검사장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공소취소에 대하여 결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소취소가 있으면 법원은 판결로써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는 실체적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절차를 마무리하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공소취소 후에는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재기소할 수 없다는 강력한 제한이 뒤따르는데, 이는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4. 행정의 직권취소: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신뢰보호의 충돌

행정의 직권취소는 행정청이 스스로 내린 처분에 하자가 있음을 발견했을 때,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당연히 행할 수 있는 권능이자 의무이다. 이는 행정이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는 '자정 작용'에 해당하며,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수단이 된다. 하자 있는 행정행위는 법치행정의 요구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그러한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를 요하지 아니한다고 본다.


직권취소의 요건은 처분 당시부터 존재했던 원시적 하자이다. 주체, 절차, 형식, 내용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면 취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법적 쟁점은 '신뢰보호의 원칙'과의 충돌이다. 행정청이 위법한 수익적 행정행위(예: 위법한 건축허가)를 취소하려 할 때, 상대방이 그 처분을 믿고 이미 막대한 투자를 했다면 행정청은 취소로 얻는 '공익'과 상대방이 입을 '사익의 침해'를 엄격히 비교 형량해야 한다.

최근 행정기본법 제18조는 이러한 직권취소의 근거와 한계를 명문화함으로써 취소의 일반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행정청은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취소할 수 있으나,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장래를 향하여 취소하거나 취소를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 공소취소와 직권취소의 비교 및 시사점

두 제도는 모두 '국가 작용의 철회'라는 외형을 띠지만, 그 본질적 차이는 명확하다.

가. 결정의 주체와 통제: 공소취소는 검사가 결정하고 법원이 확인(공소기각)하는 구조를 갖는 반면, 직권취소는 행정청이 단독으로 결정하며 이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라는 별도의 구제 절차가 가동된다.

나. 효과의 소급성: 직권취소는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가지나 수익적 처분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 반면 공소취소는 소급하여 공소제기 자체를 무효화하기보다는 소송 절차를 즉시 종결시키는 절차법적 효과에 집중된다.

다. 재량의 범위: 검사의 공소취소는 사법 정책적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는 광범위한 재량 영역이다. 반면 행정의 직권취소는 기속행위의 취소인지 재량행위의 취소인지에 따라 법원의 심사 강도가 달라지며, 특히 수익적 처분의 취소에 있어서는 법익 형량 원칙에 의해 엄격히 제한된다.


6. 결론: 법치주의와 국민 권익의 수호

취소, 공소취소, 직권취소는 모두 법률행위 내지 공권력 주체의 의사표시 또는 공권력 행사에 있어서의 오류를 교정하고 변화된 상황에 법질서를 적응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헌법적 관점에서 볼 때, 공소취소 내지 직권취소는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와 행정의 적법성 확보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향한다.

검사는 공소유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과감히 공소를 취소함으로써 피고인의 부당한 고통을 줄여야 하며, 행정청은 스스로의 과오를 발견했을 때 신속한 직권취소를 통해 법치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정당한 신뢰가 침해되지 않도록 정교한 법리 적용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공소취소와 직권취소는 결코 국가의 변덕이 아니라, 정의를 향한 국가의 자기반성이자 법적 평화를 회복하는 고도의 법적 행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소 법리의 명확한 이해는 행정 구제와 형사 방어권 행사의 핵심적인 기초가 된다. 실무가들은 각 제도의 절차적 특수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여, 국가 작용의 공정성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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