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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과 제2공항, 그리고 기회 걷어차기_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논설위원

이선용 / 기사승인 : 2021-04-01 1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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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육지사는제주사름(대표 박선후·문원섭)’은 ‘민주적 문제-제주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및 제주2공항 건설 문제’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4·3특별법 개정에 앞장섰던 이재승 교수가 개정된 법안의 내용과 의미를 꼼꼼하게 되짚어주었고,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인 강영진 박사가 제2공항 갈등과 해결의 실마리를 끄집어냈다. 거기에 현기영 소설가와 김원 건축가의 논평, 온오프라인 질의와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4·3특별법이 개정되어 군사재판의 처리와 배·보상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제주4·3’이라는 어정쩡한 용어를 쓰면서 제주4·3의 정명(正名) 찾기는 남았으며, 자주권을 침해한 미군정의 역사적 죄과도 명확히 밝히지 못했으며, 불법 행위와 연관을 갖는 ‘위자료’라는 용어를 써서 배·보상 문제도 미봉한 상태다. 현기영은 “한 단계 진척된 것이요, 다시 출발하는 단계”라고 했고, “진정한 화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해자가 사과하고 피해자가 용서함으로써 가능한 화해 운동이 남았다고 했다.

 

73주년인데, 4·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긴 시간을 끌며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빨갱이 사냥’과 연좌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며 숨죽여야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런 지난한 고통을 끝장낼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48년 9연대 연대장 김익렬과 무장대 군사총책 김달삼이 만나서 행한 평화협상만 잘 지켰어도 문제가 그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72시간 안의 전투중지, 무장해제와 하산이 이루어지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상 내용은, 미군정과 이승만 하수인들에 의해 불태워진다. 당시 경찰수장이었던 조병옥은 평화적 해결을 역설하는 김익렬을 향해 “니 애비가 빨갱이잖아”라고 거짓말을 하며 제주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결정을 내리게 한다. 후임 박진경 중령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라며 강력한 초토화진압작전을 수행한다. 만일 그때 김익렬 장군의 평화협상을 그대로만 행했더라도 이후의 처참한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제주2공항 문제도 5년 넘게 갈등하다 가까스로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제주도민은 그동안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내려면 제2공항 건설은 접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공론화 과정과 도민화합을 강조했던 원 지사가 제2공항은 30년 숙원 사업이었다며, 반대로 결론이 난 여론 조사 결과를 걷어차 버렸다. 성산읍 사람들의 찬성이 높으니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었다면서.(실제 성산읍에서도 공항을 세우겠다는 마을들에서는 반대가 훨씬 많다.) 이전부터 제주2공항 건설은 제주도 사업이며, 대상 주체가 제주도민이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상 주체를 바꿔가면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국가 권력이 적법한 민의를 수용하지 않을 때 저항의 강도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다 50년째 반대 투쟁이 이어지는 일본의 나리타공항을 볼 것 없이, 제주4·3이 평화 공존의 기회를 걷어찬 후 받아야 했던 고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충돌을 봉합할 기회를 놓쳐버릴 때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만다. 잘못 꿴 첫 단추의 갈등도 문제겠지만, 그것을 다시금 꿸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은 더 큰 충돌과 고통을 불러온다는 것을 제주4·3에서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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