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세상의 창] 낙엽을 쓰는 사람들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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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낙엽을 쓰는 사람들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0-11-19 1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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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법무사.jpg
 

출근하려고 아파트를 나와 경찰서 앞 네거리를 건너 정부청사 앞 광장에서 ㅅ공원을 가로질러 출근하는 길은 비교적 짧은 구간이긴 해도 볼거리가 제법 쏠쏠하다. 몇 년째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차량 소통에 일조한다는 뜻에서(?) 걸어서 출퇴근하는 이 길은 특히 ㅅ공원으로 들어서면, 군데군데 화단을 만들어 심은 잔디와 나무들, 그리고 조형물이 다양해져서 도심에서 자연을 엿볼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곤 했다. 또, 경찰서 앞 네거리 부근의 가로수들은 대부분 플라타너스라서 굵고 크게 자라긴 했어도 단풍은 그다지 볼 것 없지만, 전화국과 구청 앞은 약간 작긴 해도 은행나무와 크고 작은 단풍나무들이 아기자기하게 심겨 있다. 게다가 요즘은 그 단풍빛깔이 제법 눈요깃거리가 된다.

 

그런데, 정부청사 앞 광장을 지나자니, 이른 아침부터 여인네 서너 명이 비닐포대를 끌고 다니며 떨어진 낙엽들을 긁어모으고 있다. 곁에는 아마도 작업을 관리하는 사람인 듯 작업복에 모자를 쓴 남정네 한 사람이 빗자루를 들고 서 있고. 광장에 유난히 단풍잎과 은행잎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마도 엊그제 내린 비바람 탓일 것이다. 사실 깔끔한 도심 한복판에 낙엽이며, 쓰레기가 수북하거나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은 그다지 보기 좋은 일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숲인 도시에서 광장이나 공원에는 낙엽이 잠시 그대로 쌓이도록 놔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젊은 연인들이 밀어를 속삭이며 낙엽을 밟아보게 하는 것도 멋있고, 도심에서 자랐기에 아름다운 자연을 잘 느끼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잠시나마 살아있는 자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이 든 노인네들도 낙엽을 밟거나 벤치에 앉아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매년 가을이면 나뭇가지의 잎새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떨어질 때까지 청소부들은 고역 아닌 고역을 하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인부의 일손도 줄고 사람들에게나 가을의 정감을 즐기게 해줄 테니, 이 얼마나 값진 삶의 여유가 아니랴. 그러다가 겨울이 깊어갈 때쯤 해서 한꺼번에 치운다면 좋을 텐데, 낙엽을 쓰레기로만 치부하고 청결을 강조하는 행정가들의 멋대가리 없는 자세나 그걸 그저 바라보는 시민들 모두가 정서가 메마르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심지어 일부 청소원들은 아직 나무에 매달린 낙엽들을 하루빨리 쓸어내려고, 나무 밑둥지를 툭툭 두드리기도 한다.

 

코로나가 하늘길을 막기 전에는 매년 한두 차례씩 외국을 여행했는데, 그때 외국의 도시마다 많은 공원을 본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선, 영국은 도시마다 공원이 많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지만, 도심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정도로 넓고 많은 공원을 가진 런던의 그리니치천문대가 있는 로얄 국립파크가 부러웠다. 영국인들은 자연을 파괴하며 조성한 도회지에서 자연이 주는 신선한 공기와 여유를 느꼈는지, 5만 평이나 된다는 버킹검 궁(Bucking- ham Palace), 에든버러 궁과 윈저궁(Windsor Castle) 등 3개의 궁 사이에 드넓은 하이드 파크(Hyde Park)는 공원 사이에 남북으로 가르는 도로를 경계로 오른쪽의 하이드 파크와 왼편의 켄팅턴 공원으로 나누기도 할만큼 넓다. 또, 켄팅턴 공원은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 왕비가 살았던 궁의 부속 정원이기도 하지만, 더욱 멋있는 것은 도시의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보다 훨씬 더 넓은 것 같은 공원과 그 안에 있는 아름드리나무들이었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여름철에는 무성한 나무 그늘과 곳곳에 비치해둔 벤치에 앉아서 사색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뭇잎이며 계절까지 사랑한다는 것을 우리네 관리들은 간과한 것은 아닌가 싶다. 내 곁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수많은 콘크리트 건물이 높아지는 것만이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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