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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한강

/ 기사승인 : 2016-07-05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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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 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역대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서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각종 매체에서 이 책에 대해 기억과 윤리의 ‘심리 스릴러’라는 말로 찬사를 보낼 정도로 정교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는 역대작들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일지 궁금해서 읽어봤더니 나에게는 다소 불편한 소설이긴 했지만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라는 선정이유를 어렴풋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2002년부터 2005년 여름까지 쓴 세 편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의 중편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이다. 세 작품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나 기묘하게 연결되어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긴 장편소설이 된다.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독자에게 던진 질문을 독자 스스로가 찾기를 원하는 듯하다.

 

첫 번째 이야기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인 ‘나’의 시각으로 주인공인 영혜를 그리고 있다. 평범했던 아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가 꿈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어떤 꿈을 꿨는지 묻지도 않은 채 그녀를 궁지로 몰아 세워 억지로 고기를 먹게 하려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폭력 속에서 그녀는 완강하게 대항하며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폭력세계 속에서 사는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에 합류시키려 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키운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 다니며 죽이는 끔찍한 장면의 기억이 육식을 거부하게 된 진짜 동기였던 것이다. 폭력이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시킬 수 없다.

 

두 번째 이야기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인 ‘나’의 시각으로 형부와 처제의 충격적인 사건을 담았다.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형부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 잡혀 있다.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누르지 못해 결국 지켜야할 선을 넘어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고 만다. 1부 「채식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영혜와 형부 역시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한다.

 

이들과 달리, 세 번째 이야기 「나무 불꽃」의 영혜언니인 인혜의 삶이 훨씬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자살을 시도하지만 아들인 지우 때문에 다시 폭력세계로 돌아온다.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며 육식을 거부하는 동생, 자신의 예술을 위해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던 남편, 이 두 사람의 인생은 자학하는 행위이자 타인에게도 폭력이 된다. 그러나 인혜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스스로만 학대하는 것으로써 이야기는 마무리되는 듯하다.

 

나는 작가가 독자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작가의 말 중에서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어리석고 캄캄했던 어느 날에,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가로수 밑동에 손을 짚은 적이 있다. 축축한 나무껍질의 감촉이 차가운 불처럼 손바닥을 태웠다. 가슴이 얼음처럼, 수없는 금을 그으며 갈라졌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이 만났다는 것을, 이제 손을 떼고 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도 그 순간 부인할 길이 없었다.’

 

서로는 서로에게 폭력적이지만 서로를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상처가 온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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