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호 변호사 |
최근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지역 단위에서 밀착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이른바 '향찰(鄕察)'식 수사의 폐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방 경찰관서가 중심이 되어 지역 사회의 유력자나 토착 세력과의 유착을 바탕으로 수사권을 오·남용하는 현상은 과거 조선시대 향리나 지방 관비들의 자의적 권력 행사와 궤를 같이한다.
지역 내의 연고와 온정주의에 기반한 수사는 사법적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감시와 견제 장치 없이 독점화된 지역 경찰의 권력은 피의자나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보다, 권력의 편향된 행사로 흐르기 쉽다. 이는 종국적으로 사법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발생한 장윤기 사건은 이러한 문제점이 집약된 대표적 사례이다.
2. 조선시대 아전의 폐해와 다산의 가르침
이러한 수사 기관의 비대화와 견제 부재의 폐해는 역사적으로도 명확히 입증된다. 조선시대의 '아전(衙前)'은 지방 관청의 실무를 독점하며 행정과 수사 실무를 좌지우지했던 하급 관리였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백성은 토지를 논밭으로 삼지만, 아전은 백성을 논밭으로 삼는다(民以土爲田, 吏以民爲田)"고 준열히 꾸짖으며 아전들의 가혹한 수탈과 자의적 형벌 집행의 폐해를 고발하였다.
다산은 특히 《목민심서》 형전(刑典) 등에서, 실무를 쥐고 흔드는 하급 관리들이 속히 일을 끝내기 위해 고문을 가해 거짓 자복을 받아내거나, 상급자인 관장의 눈치만 보며 억울한 죄인을 양산하는 수사의 공정성 상실을 가장 경계하였다. 오늘날 독점적이고 비대해진 사법경찰관의 실무가 상급 기관이나 사법적 통제관의 실질적 견제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과거 아전들이 백성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했던 역사적 악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3. 경찰 순환보직 시도의 현실적 문제점
일각에서는 이러한 토착 세력과의 유착이나 특정 부서의 권력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경찰관의 주기적인 '순환보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수사 업무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14만 명에 달하는 경찰관을 어떻게 순환보직으로 1년 내지 2년 마다 전국적인 인사를 할 것인지 현실적인 검토는 없었다고 보인다.
현대의 범죄는 지능화, 다양화, 광역화되고 있으며, 이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다년간 누적된 수사 기법이 필수적이다. 순환보직을 강제할 경우 수사의 전문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 수사관이 사건의 맥락을 깊이 파악하기도 전에 자리를 옮겨야 하므로 장기적이고 치밀한 내사나 기획 수사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수사의 전문성 결여는 미제 사건의 증가와 수사 지연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4. 100인 민간인 조사를 통한 수사 개입과 편법적 공무수탁의 문제점
더욱 심각한 초법적 발상은 최근 거론되는 이른바 '100명의 민간인'으로 하여금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조사하게 하겠다는 시도이다.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공적 통제 장치인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 제도를 철저히 배제·우회하려는 편법에 불과하다.
국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찰 수사의 과오나 문제점을 정식 사법 기관인 검찰의 객관적인 사법 통제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분과 책임이 담보되지 않은 민간인 100명에게 사실상의 수사 검증이나 조사 권한을 부여하여 공무수탁사인과 같은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은 국가 형벌권 행사의 본질적 영역을 사사롭게 위탁하는 일이다.
이러한 시도는 수사의 밀행성과 피의자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 등 형사 절차상의 엄격한 적법 절차를 정면으로 침해한다. 검찰 제도라는 확립된 헌법적 통제 기구를 고의로 외면한 채, 검증되지 않은 민간인을 내세워 사법 영역을 좌지우지하려는 발상은 대중주의적 영합에 불과하며 국가 형벌권의 평등성과 법치주의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과연 누가 사법경찰관의 수사상의 문제점을 전문성을 가지고 수사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5. 결론: 검찰의 수사지휘권 부활의 필연성
국가의 형벌권 행사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공권력의 작용이다. 따라서 수사 절차는 헌법이 지향하는 적법절차의 원칙과 인권 보장의 가치에 완전히 부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는 수사 체계의 변화와 실제 수사 현장에서 나타나는 행태들은 사법 정의의 실현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국민의 권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결국 현행 경찰 수사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검찰의 실질적 수사지휘권 부활'이다.
수사와 기소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통제되어야만 비로소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 경찰이 독점적인 수사 개시·종결권을 가짐으로써 발생하는 자의적 불송치 결정이나 수사 지연의 폐해는 법률 전문가이자 사법 통제관인 검사의 철저한 수사지휘를 통해서만 바로잡을 수 있다. 100인의 민간인 조사단과 같은 임시방편적이고 기형적인 공무수탁 기구에 사법 감시를 맡길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검찰의 사법적 수사지휘를 복원하여 수사 개시 단계부터 헌법적 적법절차가 준수되고 있는지 상시 감독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며, 국가 사법 체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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