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입양인의 정체성과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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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입양인의 정체성과 국가 책임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10-30 10: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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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의 정체성과 국가 책임”

 

 

 

 





 

▲최창호 변호사
1. 해외입양의 역사와 국가의 책임

우리나라 입양의 역사는 6. 25 이후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본격화된 해외입양에서 출발하였다. 해외입양은 경제성장기에도 이어져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대표적인 아동 수출국으로 불리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새로운 가정과 기회를 준 면이 있으나, 그 이면에는 미혼모·한부모에 대한 차별, 빈곤가정 지원 부족,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 아동보호 책임을 민간기관에 떠넘긴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였다. 또한 양육을 지원했다면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었던 아이들까지 입양으로 보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입양 과정에서 친생부모의 의사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출생기록과 신분관계가 부정확하게 처리되었으며, 출생·가족관계 정보가 충분히 보존되지 않았다는 의혹과 사례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는 점이다.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으며 겪는 어려움은 과거 입양정책의 책임을 오늘의 국가가 외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입양은 한 사람의 신분과 정체성,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이므로, 아동을 보호했다는 명분이 아니라 아동과 친생부모의 권리가 얼마나 존중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민간 중심에서 공적 입양제도로

우리 입양제도는 오랫동안 민간 입양기관에 크게 의존했다. 이 구조는 입양 수요에는 대응했으나 절차의 투명성, 기록 관리, 사후 책임을 국가가 일관되게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입양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2025년 7월부터 국내외 입양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국가의 심사·결정 기능을 강화하고,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중심에 두며, 기록 관리와 사후 지원을 공적 체계 안에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제도의 공공화만으로 과거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가는 입양을 승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생부모의 의사가 자발적이고 충분한 정보에 기초했는지, 경제적 곤궁이나 사회적 압력 때문에 양육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기록이 정확히 보존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입양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국가라면 그 결과에도 책임져야 하며, 과거 민간기관의 업무였다거나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입양인의 권리구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3. 공적 제도 아래에서도 남은 문제

2025년 7월 19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입양정보 공개 업무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되면서 공적 관리체계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관련 법률의 시행이 과거의 잘못을 자동으로 교정해주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기록의 정확성과 신뢰성이다. 출생신고와 입양서류가 서로 다르거나 친생부모 정보가 누락되면 입양인은 출생의 진실을 확인하기 어렵고, 기록 보유 기관이 폐쇄되거나 관련자가 사망하면 사실 확인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정보공개청구도 서류를 전달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록이 불완전하거나 상충하면 국가가 관계기관 자료를 대조하고, 필요하면 친생가족을 찾는 조사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친생가족의 사생활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유로 입양인의 접근을 일률적으로 차단해서는 안 되며, 구체적 절차와 전문 상담으로 양측의 권리를 조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빈곤, 미혼모 차별, 양육지원 부족이 입양의 배경이었다면 국가는 그 원인을 해소하고 원가정 양육 지원 정책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4. 뿌리를 찾을 권리

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고자 하는 것은 정체성과 존엄에 관한 문제다. 입양인에게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가족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확인하려는 기본적 요구다.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가족생활에 관한 권리, 그리고 아동의 정체성과 부모를 알 권리를 보호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만 구체적 내용과 실현 방법은 타인의 권리 및 정당한 법적 제한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나. 국가가 기록의 존재 여부만 알려주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록이 누락되거나 모순된다면 원인을 조사하고 자료를 복원하며 친생가족 찾기를 지원하는 실질적 절차가 필요하고, 위법한 처리로 권리가 침해된 경우 정정과 구제의 길도 열려 있어야 한다. 친생부모의 사생활도 보호되어야 하므로 뿌리를 찾을 권리가 무제한의 정보공개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를 추상적 이유로 내세워 입양인의 권리를 사실상 무력화해서도 안 된다. 충분한 상담, 단계적 정보 제공, 연락 의사 확인, 예외 사정에 대한 개별 심사로 양측의 권리를 조화시켜야 한다.


5. 결의: 공공성을 넘어 진실에 대한 국가의 책임으로

입양제도 개혁은 절차 개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 입양 과정의 잘못을 밝히고, 출생과 정체성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실질적 회복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입양이 한 아이에게 새 가족을 마련하는 일이라 해서 과거의 가족과 출생에 관한 진실까지 지워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적 입양제도의 완성은 입양을 승인하는 데 있지 않고 입양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자 할 때 그 여정에 장애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그 권리를 실현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입양의 역사를 성찰한다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도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홀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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