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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공적입양체계의 현황과 과제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8-05 11: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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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입양체계의 현황과 과제”

 

 


 

▲최창호 변호사
1. 개념: 아동 최우선의 원칙과 공공성의 선언

공적입양체계는 과거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하던 입양의 전 과정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책임지고 관장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행정 주체의 변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 아동이 태어나 가정을 잃고 새로운 가정을 만나기까지의 모든 여정에서 국가가 ‘최고의 보호자’로서 법적·도덕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공성의 선언이다. 이 체계의 핵심적 가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천명한 ‘아동 최우선의 원칙(Best Interests of the Child)’에 기반한다. 입양이 양부모의 대리 만족이나 민간 기관의 운영 논리에 좌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오직 아동의 권익과 복리를 위해 공적 감시와 통제 속에서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 바로 공적입양체계이다.


2. 도입 배경: 민간 주도의 한계 극복과 국제적 기준의 부합

대한민국의 입양 역사는 오랫동안 민간 기관의 선의와 인프라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입양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입양 기관 간의 경쟁으로 인해 절차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했고, 아동의 배경 조사나 양부모 적격성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감시할 체계가 미비했다. 무엇보다 입양 이후 사후 관리 부실로 인한 비극적인 아동 학대 사건들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국가가 더 이상 아동 보호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요구가 분출되었다.

동시에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외교적·인권적 필요성도 작용했다. 국제 입양에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불법 입양을 방지하기 위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입양 전 과정을 공공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적이었다. 결국 공적입양체계의 전면 도입은 대한민국이 아동 인권 낙후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아동 보호의 책임을 온전히 국가의 책무로 귀속시키기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3. 현 실태: 제도적 전환의 과도기와 현장의 혼선

현재 우리 사회의 공적입양체계는 관련 법안의 통과와 시행 이후 본격적인 정착을 위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아동의 발생 단계에서부터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하고 있으며, 예비 양부모 심사 및 가정법원의 허가 과정에 이르기까지 공적 스크리닝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제도적 틀의 구축과 달리, 법 제정 현장과 실제 행정 일선 사이에는 심각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공공이 모든 책임을 맡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질적으로 아동을 보호하고 상담하며 양부모를 매칭하는 실무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 현장에서는 공공의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기존 민간 기관이 보유했던 시설과 인프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동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제도는 공적 체계로 전환되었으나 행정력과 전문성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일치가 현 실태의 단면이다.


4. 문제점: 경직된 관료주의와 현장의 구조적 공백

가. 공적입양체계가 연착륙하지 못하고 겉도는 원인은 다각적인 구조적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나. 전문 인력의 절대적 부족과 연속성 결여
지자체의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주기적인 순환보직 체계에 묶여 있다. 입양 업무는 아동의 심리, 가정환경, 법적 절차 전반을 꿰뚫어 보아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지만, 전담 인력의 전문성이 축적되기도 전에 부서 이동이 이루어져 업무의 연속성이 단절된다.

다. 민간 노하우의 단절과 이관 병목 현상
수십 년간 입양 실무를 담당하며 축적된 민간 기관의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와 상담 노하우가 공공으로 유기적으로 이관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행정 절차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으며, 서류 심사와 현장 조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라. 보호대상아동의 장기 대기와 아동 권익의 역설
공적 심사가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관료적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입양 대상 아동이 새로운 가정을 만나기까지 배치 대기 시간이 현저히 늘어났다.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영유아기 안정적 애착 형성'의 골든타임을 시설이나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놓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오히려 아동을 장기간 보호시설에 묶어두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마. 사후 관리 체계의 유연성 및 감수성 저하
입양은 가정이 성립된 후부터 진짜 시작이다. 입양 가정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 정서적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현재의 공공 행정은 지침과 규정 중심의 정형화된 점검에 치우쳐 있어, 위기 가정에 밀착하여 정서적 해법을 제시하는 유연한 사후 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5. 개선방안: 공공의 책임성 강화와 유기적 생태계 구축

가. 공적입양체계가 본연의 취지를 살려 성숙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편의주의를 걷어내고 실질적인 아동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나. 전문성 중심의 공적 전담 조직 구축 및 전문관 제도 도입
입양 업무를 일반 행정 사무와 분리하여 ‘입양 전문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거나 전문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순환보직의 예외를 인정해 한 명의 전문가가 아동과 양부모의 매칭부터 사후 관리까지 장기적으로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인력 충원과 함께 고도의 상담·심리 교육 과정을 필수화해야 한다.

다. 공공의 감독 하에 두는 ‘민관 협력 모델’의 고도화
민간의 노하우를 적대시하거나 배제하는 극단적 전환은 지양해야 한다. 국가가 컨트롤 타워로서 철저한 감독과 최종 승인 권한을 행사하되, 초기 아동 발굴, 양부모 교육, 정서 지원 등 실무 영역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민간 전문가 그룹을 파트너로 활용하는 연계 체계를 촘촘히 재설계해야 한다.

라. 사법·행정 절차의 패스트트랙화 및 시스템 통합
아동의 시설 체류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의 아동 조사 단계와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 심사 절차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패스트트랙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법원과 보건복지부, 지자체 간의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여 서류 체증을 막고 심사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아동이 한시라도 빨리 가정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 수요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사후 지원 플랫폼 마련
사후 관리를 ‘감시와 사찰’이 아닌 ‘지원과 연대’의 개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정기적인 가정 방문 실태조사를 넘어, 입양 가정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24시간 상담 핫라인, 전문 심리치료 연계, 입양 가정 간의 자조 모임 지원 등 실질적이고 유연한 복지 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전방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6. 결론

공적입양체계의 도입은 국가가 아동 보호의 주체로 당당히 나섰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명분이 훌륭하다고 해서 과정의 부실함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촘촘한 행정력과 전문성, 그리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공성은 공허한 관료주의적 통제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는 제도의 외형을 넘어 내실을 기해야 할 때이다. 국가의 책임이라는 차가운 행정의 틀 안에, 아동을 향한 따뜻한 전문성과 유연성을 불어넣는 세밀한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날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공적입양체계를 통해 증명해야 할 진정한 책무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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