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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마약과의 전쟁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3-05-01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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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쟁”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와 같은 정치적 집단 간의 투쟁으로서 장기간 또는 대규모의 무력 충돌을 수반하는 적대적 행위다. 잔인한 범죄 현장이나 범행 수법, 생소한 단어라도 자주 접하다 보면 감각이 둔해지기 마련인데, 우리의 감정이 요즘 그렇게 둔탁해지고 있다.

 

돌아보면 1990년대 산업화한 서구나 일본은 범죄 사건 중 재산범죄 비율이 90% 안팎으로 압도적이었는데, 반하여 우리는 살인·강도·강간·폭행 등 강력범죄가 30%를 넘었다. 특히 강도 중에서도 강도살인·강도 강간. 가정파괴 사범 등 흉악범죄와 인신매매범이 격증하자, 1990년 10월 13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사회질서를 바로잡는다고 삼청교육을 시행하면서 치안을 안정시켰지만, 범죄와의 전쟁 이후 강력범죄가 줄어들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그런데, 지난 4월 1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는 마약범죄에 대하여 단속과 처벌, 치료 재활 등에 관한 범정부 차원의 "마약과 전쟁"을 선포했다. 노태우 정부와 다른 점이라면, 대통령의 특별선언 형식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의 발표라는 점과 ‘모든 범죄’가 아니라 ‘마약’이라는 특정 범죄에 한정시킨 점에 차이가 있다. 법무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마약 수사를 주도해온 검찰의 손발을 자르면서 마약의 위험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라며, “‘악’ 소리 나게, 강하게 처벌할 것”을 강조했다.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천연물질인 마약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통증 완화와 환각을 주는 약물로 사용되었으며, 영국과 청의 아편전쟁에서 그 폐해를 잘 알 수 있다. 1803년 독일의 약리학자인 제르튀르너 (Sertürner)가 아편에서 최초로 모르핀을 분리했는데, 그는 이것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 (Morpheus)의 이름을 따서 모르핀(morphine)이라고 이름 붙였다. 모르핀은 진통 작용이 강하고, 피하 주사기의 발명으로 경구투여 방법보다 약효가 뛰어나 의약품으로 널리 사용했지만, 마약의 중독성, 오·남용 문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일찍부터 그 생산·수입·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우리도 마약법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등을 제정하고, 마약의 투약· 단순 소지, 매매 알선, 수출입 등 4가지 유형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UN은 마약류 사범이 10만 명당 20명 미만일 때(0.0002%)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런데,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마약사범은 1만 8,395명으로 2021년(1만 6,153명) 대비 13.9% 늘었고(0.000323%), 그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9.4%에서 56.7%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숨어 있는 마약사범’은 검거된 인원보다 20~30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법원에서 발표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에서 마약사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숫자는 2,273명(47.9%)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도 되지 않고, 그나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4,747명 중 2,089명(44.0%)이나 됐다.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서 마약범죄가 격증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마약사범의 처벌이 1년 이상 3년 미만의 징역형이 1,410명 (29.7%)으로 가장 많고,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고작 20명 (0.4%)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마약사범의 격증 원인을 유학 등으로 해외에서 체류했던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또 마약 공급 확대와 판매수법 고도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사실 국제화 사회에서 미국은 물론 필리핀·태국 등은 대마초 등을 마약에서 제외하는 등 각국의 마약 기준과 처벌 수위가 통일되지 않는 맹점도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재벌 2~3세나 일부 연예인이나 고위층 자녀들에 한정되던 마약사범이 최근에는 청소년층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에게 마약 김밥·마약 떡볶이처럼 식품 명칭이나 상호에 ‘마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또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헴프 씨드’(대마 씨앗)를 넣은 커피를 ‘대마 커피’라며 공공연하게 광고·판매하고, 간판에 대마초 모양까지 그려 넣은 커피숍까지 등장하는 등 마약에 관한 감각마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정부의 엄격한 단속과 처벌로 마약을 구하려는 사람이 직접 만나서 거래하면서 그 가격도 거액이었지만,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면하지 않고 쉽게 살 수 있는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의 학원가에서 불특정 다수 학생을 노린 마약 음료 범죄가 발생하면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데, 정권 교체와 수사권의 재편성 등으로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사회가 만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마약 원료인 양귀비나 대마 재배나 이를 가공하는 시설 등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 공급만 차단한다면, 마약 공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도 법원과 공조를 통하여 마약범죄의 형량을 강화해 '경각심'을 주는 한편,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는 재활 치료시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마약과 전쟁 승전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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