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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4심제 도입 여부에 부쳐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2-13 11: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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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심제 도입 여부에 부쳐”

 

 

 

 

 

▲최창호 변호사
1. 입법자의 세 마디
독일의 법학자 율리우스 폰 키르히만(Julius von Kirchmann)은 1847년 '법학의 학문으로서의 가치 없음에 관하여(Die Wertlosigkeit der Jurisprudenz als Wissenschaft)'라는 강연에서 "입법자가 세 마디 수정만 하면, 도서관의 모든 법률 서적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Drei berichtigende Worte des Gesetzgebers und ganze Bibliotheken werden zu Makulatur.)라는 언급을 한 바 있다. 법학과에 입학하여 법학개론을 배우기 시작할 때 이러한 내용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위와 같은 키르히만의 언급은 법학 공부를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 주었다.

이러한 언급의 의미는, 자연과학은 불변의 진리를 탐구하지만, 법학은 입법자의 의도나 정치적 결단(법 개정)에 따라 기존의 이론과 판례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법학의 가변성을 지적한 것이고, 인간이 만든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므로, 고정된 텍스트에만 매몰되는 법학 연구의 허무함, 즉 실정법의 한계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록 하위 법률의 세 마디는 쉽게 바뀔 수 있을지언정 그 근간이 되는 가치와 정의만큼은 도서관의 책들 속에 살아남아 입법권의 남용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이 문구는 법의 '불안정성'보다는 오히려 '살아있는 법'을 다루는 법조인의 막중한 책임을 상기시켜 주는 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2026년 2월 11일 소위 '사실상의 4심제'로 불리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와 전체 회의를 잇달아 통과하며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제안이유는 “현행법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심판의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음. 그러나 법원의 재판은 사법권의 행사라는 점에서 공권력의 일종에 해당하므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고, 법원의 심급제도로 구제받기 어려운 재판절차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등은 헌법소원을 허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법원의 재판인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 그밖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을 보다 강화하려는 것임.”이라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재판소원'의 도입인데, 이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게 하여, 사실상 기존의 3심제 위에 헌법재판이라는 '제4심'을 두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 그 판결 자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3. 찬반 의견의 대립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은, 법원의 판결 또한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판결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구제할 최종적인 수단(헌법재판)이 존재해야 하고, 대법원이 헌법 가치를 오독하거나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내렸을 때, 헌법 수호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현행법상 법률에 대한 위헌 심판은 가능하나 판결에 대한 심판은 불가능한데, 이는 법적 구제의 사각지대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4심제'가 현실화되면 확정된 판결이 헌재에서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며, 분쟁이 끝없이 연장되어 사회적 비용이 증대되고, 대법원이 최고의 법원이라는 헌법적 원칙과 충돌할 수 있고, "헌법상 대법원은 최고법원(제101조)"이므로 개헌 없는 법 개정은 위헌이며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으며, 모든 패소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져, 헌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사건이 몰리고 결국 심리의 질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4. 향후 전망
가. 헌법재판소법의 개정 문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입법자의 세 마디가 도서관의 책을 휴지로 만드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헌법재판소법의 일부 조항 수정만으로 기존 사법 체계의 근간인 3심제가 4심제로 변모하게 되는 상황은, 입법적 결단이 법치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헌법적 가치가 이러한 제도적 변화 속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을 수 있도록 정교한 법리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숙의의 과정이 살아있는 법을 수호하는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헌법재판소에 근무할 때 헌법연구관들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내용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11자를 위헌선언해 버리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지위는 역전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 입법에 의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에 특화된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므로 환영을 할 바 있으나, 한 나라의 사법제도 근간을 변경시키는 내용이므로 중지를 모아 제도의 변경 여부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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