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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이것이 선거혁명인가?_정승열 법무사(대전)

전정민 / 기사승인 : 2020-04-09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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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중국 우한발 코로나 향기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각국에 널리 퍼지자, WHO는 뒤늦게 팬더믹(Pandemic)을 선언했다. 팬더믹은 전염병이 한 나라를 넘어 세계 각국에 크게 유행하여 인류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으로서 WHO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보 조치이다. WHO의 팬더믹 선언은 지금까지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세상이 발달한다곤 해도 신종 질병은 더욱 빨리 진화해서 인간사회를 공격하고 있다. 4월 4일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세계 210개국에서 1,098,880명이 확진자로 발표되었고, 그중 59,175명이 사망하여 치사율은 5.39%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확진자 10,156명에 177명이 사망하여 치사율은 1.74%이다.
 
이런 비상상황에서 우리는 비선 실세에 의한 권력 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고 정권을 잡은 현 정권의 집권 2기를 위한 4.15 총선을 맞았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4월부터 여당이 정치적 이념이 일부 비슷한 진보좌파 정당과 야합하여 패스트트랙법안이란 이름으로 제출되었던 개정 선거법으로 치러진다. 국회에서 각 정당 간 합의가 어려운 법안이 상정되면 장기간 유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12년 5월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로 국회법 제85조 2를 신설하여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 이른바 ‘패스트 트랙’이다. 어떤 법안을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하려면 해당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의 과반수의 서명이나 국회의원 정수의 과반수의 서명으로 패스트 트랙으로 상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의장이나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지정 여부에 대하여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도록 하며,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지정이 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런 입법 고속도로를 달린 법안 중 4월 총선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선거법에 맞서 제일 야당이 위성 정당을 조직하자, 그렇게 비난하던 여당도 뒤따라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투표용지에서 앞순위를 배정받으려는 꼼수로 의원 꿔주기, 셀프 제명 등 온갖 비열한 작태가 난무했다. 후보자등록이 마감된 3월 28일 중앙선관위는 등록된 51개 정당 중 41개 정당이 지역구나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했으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모두 참여한 정당은 15개, 지역구 선거에만 참여한 정당 6개, 비례대표 선거에만 참여한 정당 20개라고 발표했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대표 후보자 용지를 받아서 투표하게 되는데, 투표용지의 공통기호는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라 국회의 의석수를 기준으로 부여된다. 같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둘 이상인 때에는 최근에 실시된 총선에서의 정당 득표수를 따지며, ‘지역구 의석 5개 또는 직전 선거 득표율 3%’ 에 의하여 더불어민주당이 1번, 미래통합당 2번, 민생당 3번, 미래한국당 4번, 더불어시민당 5번, 정의당 6번 등 6개 정당이 전국 공통기호를 부여받았다. 의석수가 1석으로 같지만, 20대 총선에 참여했던 민중당이 8번,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친박신당 등은 추첨을 통해 나머지 순번이 정해졌다. 원외 정당은 가나다순으로 그 이후 기호를 받았다.
 
한편,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 용지에는 기호 1번 민주당과 2번 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서 1, 2번은 아예 없고, 기호 3번 민생당부터 시작되어 미래한국당(4번), 시민당(5번), 정의당(6번) 순으로 정해졌다. 정의당 뒤로는 국회의원 의석수 및 지난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우리공화당(7번), 민중당(8번), 한국경제당(9번), 국민의당(10번)이 배치되었다. 국민의당(10번), 친박신당(11번), 열린민주당(12번)은 의석수가 같아서 추첨을 통해서 기호를 부여받았다. 그밖에 코리아(13번), 가자! 평화인권당(14번), 가자 환경당(15번), 국가혁명배당금당(16번), 국민새정당(17번) 등이 뒤를 잇고, 노동당 기호 22번, 녹색당 기호 23번, 미래당 기호 26번을 각각 받았다.
 
문제는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져서 기표란의 높이는 1cm로 유지하되, 정당명의 구분 칸을 기존 0.3㎝에서 0.1㎝를 줄여서 0.2cm로 하고, 용지의 위아래 여백을 기존 6.5cm에서 6.3cm로 각각 줄인다고 해도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35곳으로 확정되면서 정당투표용지는 48.1cm 길이로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투표용지가 투표지분류기에 넣을 수 있는 길이 34.9cm를 넘어서 전자투표계산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는 개표를 해야 한다고 한다. 4·15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는 총선 역사상 가장 긴 51.9cm 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정책은 물론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름이 서로 엇비슷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1948년 초대 국회의원선거 때 48개 정당이 난립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7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아간 것은 세계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에 맞서 다수의 야당이 나선 이번 총선은 결국 무수한 오합지졸과 싸우는 처지이어서 여당으로서는 속으로 압승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 다수당이 되었다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여 선거에 임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악법을 만든 여당의 졸렬한 판단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것이 과연 정치 개혁인지 묻고 싶다. 어리석은 국민에 의한 어리석은 선택의 업보로서 앞으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 미리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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