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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한국여권 - 정승열 법무사

김민주 / 기사승인 : 2020-03-19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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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국민이 외국을 방문할 때에는 자국 정부가 보증하는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외국을 방문하려면 이러한 신분증인 여권 이외에 세계 각국이 외국인에게 입국을 허가하는 별도의 증명서 비자(VISA)가 있어야 한다. 입국사증이라고도 하는 비자는 국가 간 협정이나 일방 혹은 상호 조치로 면제하는 ‘비자 면제제도’가 있다. 그렇게 해서 비자 없이 여권만으로 단기방문이 가능한 국가 수가 많을수록 국제사회에서 그 나라의 신인력(信認力)을 측정할 수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시민권·영주권 자문회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최신 여행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매년 국가별 순위를 매긴 속칭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를 발표하고 있는데, 해당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혹은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목적지의 수를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여권 파워의 순위가 있다.

 

한국은 2011년 처음 10위권에 든 이래 순위가 꾸준히 상승하여 한때는 공동 1위도 차지했었다. 지난 1월 7일 공개한 올해 첫 세계 순위에서 우리는 세계 200여 국가 중 189개국으로 독일과 함께 3위에 올랐다. 1위는 우리보다 2개국이 많은 191개국의 일본이, 2위는 190개국인 싱가포르였고,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은 184개국으로 공동 8위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방문한 북한은 39개국으로 수단과 함께 100위를 기록했으며, 대체로 내전이나 분쟁을 겪고 있는 이라크(27개국), 시리아(29개국), 예멘(33개국), 팔레스타인(37개국) 등이 낮은 순위이다. 가장 꼴찌는 아프가니스탄(25개국)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중국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대량 발생으로 세계로부터 외면받고, 빗장을 걸어 잠근 상태를 맞고 있다. 몽골, 베트남, 이스라엘, 필리핀 등이 일찌감치 한국인 입국 금지를 선포하더니, 한국인에 대한 입국절차를 강화하는 나라가 계속 늘어 3월 12일 오전 10시 현재 123개국이나 되었다.

 

그 중 한국인의 입국을 막은 입국금지 국가는 모두 53곳인데, 47곳은 한국 전역에 대해서, 6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이 가장 심각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입국금지를 취하고 있다. 한국인이 자국에 들어올 때 잠복 기간인 14일 동안 격리하는 등 검역을 까다롭게 하는 입국 제한 국가도 70곳이나 된다.

 

이로써 UN 회원국 193개국 중 63%로부터 입국을 제한 받고 있는 딱한 신세가 되었는데,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을 경유하여 입국한 외국인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더라도 최소 14일 격리조치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비록 한시적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세계 각국으로부터 외면받는 우리의 처지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져서 세계 각국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사항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행이나 관광처럼 시급하지 않은 해외여행객의 발목을 묶는 것은 제쳐두고, 무역이 GN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기업인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밤낮으로 헤치고 돌아다녀야 하는데도 곳곳에 빗장이 잠겨 숨이 막힐 지경이다. 심지어 축구 변방국가에서 일약 선진국으로 올려놓았다고 이른바 ‘박항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에 우호적이던 베트남조차 자국의 수출고 30% 이상을 맡은 삼성전자 기술진의 입국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국의 검역 체제가 선제적이고 선진적이라는 것을 주한외교단 등을 통해 각국에 설명하면서 입국 제한 조치의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이나 금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나 그 배경을 알지 못한다.

 

북한을 사주하여 6.25. 남침을 하게 만들고 유엔군이 북진하자 인해전술로 1.4 후퇴로 통일을 방해하여 70년 동안 휴전상태로 만들고 또 1992년 수교 이후에도 시시콜콜 종주국처럼 행세하며 훈수하는 것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중국에서는 총 16개 성에서 입국 한국인을 격리하고 있다.

 

한 가닥 위안이 되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우리의 방역수준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행 기피 국으로 몰린 중국과 일본, 이탈리아와 비교할 때 코로나 치사율(0.6% 안팎)로 현저히 낮은 것도 위안이고, 영국 BBC 방송이 최근 감염방지와 시간 절감을 위해 고안한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검체 채취를 격찬하는 점 등도 그렇다. 정치는 점수를 매길 수 없는 3등 낙제생이지만, 믿음직한 우리 의료계가 ‘코로나와의 사투’에서 속히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서 탈피하여 추락한 여권 파워를 되살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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