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세상의 창] 대통령의 외국방문-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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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대통령의 외국방문-정승열 법무사

/ 기사승인 : 2018-10-25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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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사진.JPG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9일 동안 서유럽 방문을 나섰다가 귀국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바티칸, 아셈(ASEM)총회가 열리는 벨기에, 그리고 덴마크 등 5개 국가를 방문한 일정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제를 놓고 한미 간의 갈등을 서유럽국가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는 것이 역력했지만, 결과는 대체로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에 대하여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는 국왕이나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겸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통령제를 창안한 미국은 물론 우리헌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가원수가 외국과 모든 외교를 할 수는 없으므로 대부분 국가원수의 신임장을 가진 대사 등이 현지 외국에 상주하며 외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만일, 양국 간에 외교관이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이 생긴 경우에는 그 처리만을 위임받은 특사가 파견되기도 하고,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국가원수의 외국방문은 수교나 의례적인 방문인 국빈방문과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 위한 실무방문으로 나누는데, 근래는 대통령의 실무방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잦은 외국방문은 국력 성장으로 한국의 지위가 강화되어서 외국과 관련된 현안이 많아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준비요원들의 사전 출장과 답사는 물론 많은 수행원들의 이동에는 일회 출장에 수백만 내지 수천만 달러의 국가예산이 지출되는 일이어서 외국방문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서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비록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었지만, 외교 무대에서 제재완화를 명시적으로 처음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9월 24일 트럼프와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제 북한의 핵포기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했다고 말하고, 26일 유엔총회에서도 북의 핵·미사일 시험장 폐쇄를 언급하면서 ‘북핵 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한 연속성 있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불편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처럼 유럽을 방문하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등 국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설령, 프랑스가 호응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우리도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시도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 유럽 5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ASEM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는 미국이 북핵 군사 옵션을 언급할 때도 외교와 대화를 강조해온 국가들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요청을 딱 잘라서 거절했다. 또, 10월 19일 폐막된 브뤼셀 아셈(ASEM) 정상회의에서는 오히려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요구와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도 CVID 방식으로 없애라고 요구함으로서 대통령의 의도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북핵폐기는 도대체 핵을 어디에 얼마나 갖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순서다. 따라서 북한이 전체 핵 규모를 공개하고 상당정도의 핵무기 폐기까지 갔다면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봐도 좋지만, 지금은 비핵화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는커녕 출발점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CVID’의 핵심은 ‘검증’이다. 검증하지 않으면 핵을 실제 폐기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포기 결단을 내렸다면 핵 신고를 하고 폐기절차와 방법을 본격 논의해야 하지만, 지금 북한의 비핵화 진행상황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의지’라고 대변해주는 말이 전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 조치는 실질적인 핵폐기가 아니라고 본다. 블룸버그 통신도 9월 26일 ‘한국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은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sing praises)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그가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북․중․러를 중심으로 하고, 이번 유럽 순방에서 제재 완화를 요청하러 다녔지만, 방문한 모든 국가와 아셈 총회에서 지지를 얻으려던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에게 구두로 김정은의 교황 초청의사를 대신 전달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이 전부인 셈이다. 결국 이번 서유럽 방문은 국제적으로 ‘김정은의 확고한 대리인이 되었다’는 낙인만 받게 되어서 앞으로 이로 인한 트럼프와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해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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