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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_ 연인들 - 정이현/문학동네

/ 기사승인 : 2015-11-10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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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느낌표가 아닌, 말줄임표

<사랑의 기초>는 서로 다른 국적과 성별을 가진 정이현 작가와 알랭드 보통의 공동 기획한 소설이다. 그러나 하나의 소설이 아닌,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두 개의 다른 소설로 쓰여 졌다. 알랭 드 보통이 그린 결혼은 낭만적인 사랑의 종착점인 결혼으로 골인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현실적이고 반전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이현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남녀의 흔해 빠진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랑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아름다운 것이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 현실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정이현 작가의 흔해 빠진 사랑이야기를 읽다보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인 이십대 후반의 ‘민아’와 ‘준호’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어느 새 나의 사랑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잡은 채 밤길을 걸었다. 누가 왼손이고 누가 오른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사랑은 열애이고, 다른 이들의 사랑은 연애이다. 세상에서 우리의 사랑이 제일 특별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연인들은 그러한 착각 속에서 서로가 상대방의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애쓴다. 운명이라고 믿었던 두 사람은 열애의 중반에서 그 사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 즉 종착점이 다름을 깨닫게 된다. 

“ 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도 실망시키지 않는 삶,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삶을 사는 여자도 있겠지” -민아의 말 중에서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이여야 할까? 통념상으로야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비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인가, 라고 한다면 말이다” -준호의 말 중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이별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익숙한 이별의 절차를 밟듯이 서로에게 선뜻 이별을 고하지 못한다. 흔해빠진 사랑이야기처럼 이별도 흔해빠진 걸까?
아니면 사랑의 시작도 마지막도 쉽지 않음을 알기에 비겁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대 후반의 민아에게는 어학연수라는 뜻밖의 기회가, 준호에게는 지애라는 대학 여자후배가 곁에서 맴돈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씁쓸하고 시니컬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불편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별마저도 깔끔하지 못하다. 서로 사랑하긴 했던 것일까란 의문마저도 든다. 그러나 부정적이지만 때론 현실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한 부분들을 읽다 보면 위로가 되고 잔잔한 슬픔 속에서 희망을 보고 자기 치유를 위해 노력한다. 

한국의 20대 후반 연인들의 사랑이 모두 다 잔잔한 보통의 사랑을 하는 것 같지만, 운명같은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도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사랑의 종착점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지금 이 순간 ‘너는 내 운명’처럼 사랑한다면 삭막한 세상 속에서 미소 짓게 해주는 단 한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디로든 갈 수 있었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있었던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봄밤 속으로 함께 걸음을 내디딘 두 사람


나는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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