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성 박탈하는 ‘학생 추천제’, 사학의 근간 흔든다”
| ▲최창호 변호사 |
첫째, 헌법 제31조 제4항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본질적 침해다. 대학의 자율성은 시설 관리와 재정 운영을 포함하는 핵심적인 권리다. 사립학교는 법인이 설립하고 경영하는 사적 영역이며, 그 기금 또한 법인의 재산권 범위에 속한다. 국가가 입법을 통해 특정 집단(학생)에게 위원 추천권을 강제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학교법인의 형성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이는 과잉금지원칙 중 방법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을 위반한 명백한 공권적 개입이다.
둘째,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 대학 기금은 단순한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위원 자격을 ‘학생이 추천한 인사’로 제한할 경우,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선명성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비전문적 심의로 인해 기금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 전체로 돌아간다. 이때 법적·재정적 최종 책임은 이사장이 지는데, 권한은 학생 측이 행사하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라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셋째, 대학 내 정치 투쟁의 장이 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학생회의 낮은 투표율과 대표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학생 기구에 동문 추천권을 독점시키는 것은 학교 내 파벌 싸움과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다. 추천 과정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시비, 위촉 금지 가처분 신청 등 소모적인 행정 낭비와 법적 분쟁이 난무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대학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고 기금 운용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사학의 자율적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위헌적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진정으로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시행령을 통해 위원의 전문적 자격요건을 강화하거나 추천 절차의 객관성을 보완하는 식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입법적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국회는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사유재산권을 존중하여 본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사학 민주화라는 '명분', 대학 자율성이라는 '본질'을 앞설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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