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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 제인 오스틴/문학동네

/ 기사승인 : 2016-08-23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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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JPG▲ 설득 - 제인 오스틴/문학동네
 


 

“애를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 봤자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만과 편견』 중에서 남자 주인공 ‘다아시’의 고백 (민음사, p267 )

 

고등학생 때 제인오스틴의 대표작품인 『오만과 편견』을 읽고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의 고백이 너무 설레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는 하나의 연애지침서와도 같은 책인 듯싶다.

 

『오만과 편견』을 읽고 간략하게 느낀 점을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세운 잣대를 기준 삼아 타인을 오해하고 환상을 갖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엘리자베스가 생각한 다아시는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의 구애를 거부하지만 ‘오만’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건 자신이라는 걸 깨닫고 다아시를 사랑하게 된다. 두 남녀의 달콤한 로맨스이야기 뒤에 진정한 소통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설득』이란 책제목이 눈에 띄어 『오만과 편견』에서 느꼈던 감동을 또 한 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품고 읽게 되었다.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는 몰라도 『오만과 편견』보단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설득』의 주인공 ‘앤’은 사랑했던 ‘웬트워스’대령과의 약혼이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어머니의 친구인 ‘레이디 러셀’의 설득으로 인해 두 남녀가 헤어지게 된다. 주체적으로 연애에 관해 결정하지 못하고 남들의 말의 설득된 그녀는 8년이란 세월동안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뼈저린 후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8년 후 다시 돌아온 ‘웬트워스’대령과 재회하게 되는데 그는 당당하게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되어 어느 누구도 그와 헤어지라는 설득으로 인해 포기할 만 한 남자가 아닌 상태가 된 것이다.

 

‘앤’은 그를 향한 마음이 변함없지만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전전긍긍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앤’ 또한 누구의 설득으로 인해 자신의 결정이 흔들리지 않는 여성으로 성장하였지만 여전히 소극적이고 ‘웬트워스’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낸다. 결국 두 남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여성이 주체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실망스러운 건 『오만과 편견』에서 보여줬던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주체적이고 개성이 강한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앤’에게는 엿볼 수 없다는 것이다.

 

8년 전에 ‘앤’이 가장 신뢰하는 ‘레이디 러셀’의 말에 설득당하지 않고 ‘웬트워스’를 선택했다면 과연 행복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레이디 러셀’의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레이디 러셀’의 말처럼 그 당시의 ‘웬트워스’는 형편없는 남자일 수도 있지만 ‘앤’이 그를 선택해서 결과는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삶이란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며 선택의 따른 결과도 자신의 몫이다.

 

설득당하기 보단 설득을 시킬 수 있는 여성으로 사회와 남성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삶을 시작한다면 좀 더 멋진 여성이 된다는 것을 제인 오스틴은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재밌게 읽었느냐, 안 읽었느냐가 아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소설이야 말로 좋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바로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매력일 것이며 다른 작품들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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