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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어 반스/다산책방

/ 기사승인 : 2016-04-19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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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원제는 『Sense of an ending』이다. 한국말로 번역된 이 제목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주인공 토니의 예감은 틀리다는 결론에 이른다.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1인칭 화자인 주인공 토니의 기억을 토대로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며, 2부는 노인이 된 토니의 평범한 삶의 기반을 흔들어 놓는 한 사건을 되짚어 가는 이야기이다.

1960년대 영국, 토니는 대학에서 만난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는데 그녀는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한 여자이지만 온전히 가질 수 없는 여자이다. 방학 때 베로니카의 집에 초대 되어 그녀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적도 있지만 어머니 빼곤 그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머니는 그에게 베로니카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 말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겼다. 그러던 중 베로니카는 그의 친구였던 케임브리지 장학생인 에이드리언을 만나게 되면서 토니를 버리게 된다. 베로니카와 사귀고 싶다는 에이드리언의 편지를 받은 토니의 답장은 그들의 만남을 인정하고 축하한다는 내용으로 썼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후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자살 이유를 알 길 없어 시간은 흘러 잊히고 마는 데...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p.34

 

젊은 시절 ‘역사는 무엇인가’에 대한 역사 선생님의 질문에 에이드리언이 답한 내용이다. 개인의 역사로 본다면 토니 역시 그가 만들어 낸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40년이 지난 뒤 베로니카의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주인공에게 500파운드와 편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서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로니카는 그에게 일기장을 넘겨주지 않으려 하는데 그 와중에 에이드리언의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진실이 드러날수록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본인의 기억 속에서는 축복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던 편지내용과는 달리 저주로 가득한 내용이었으며 그 저주가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미래를 짓밟는 무시무시한 예언이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왜곡되어 그것이 진실인 것으로 확신할 때 평범하고 어리석으며 자기중심적이기까지 한 토니를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행동이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인 나비효과와 같은 파급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노년이 돼서야 깨닫게 되는 토니의 일생이 가엾기까지 하다.

 

그러나, 반전이 거듭될수록, 주인공의 삶이 평범한 우리들의 미래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년이 되어 내가 했던 말, 행동에 대해 어찌 기억하고 있을지 그것이 왜곡되어 내가 기억하고 싶은 단편적인 것들만 모아서 포장하여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는 주관적인 생각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이끈다. 역사가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불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면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마땅한 역사가 소설보다 더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p.165

 

2부의 충격적인 결말을 읽고 1부로 돌아가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야 결말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다시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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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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