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 정유정 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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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 정유정 저/은행나무

/ 기사승인 : 2016-01-12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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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는 해발 8,750미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 묻혀 있는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한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어떠한 대가도 없는 여정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신의 영역을 도전하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겨울만 되면 흰 눈이 덮인 겨울 산이 그리워 네팔 트레킹을 검색해 본다. 간접 경험이나마 느껴보려고 선택한 두 권의 책이 있는데, 박범신 작가의 「촐라체」와 정유정 작가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이다. 「촐라체」를 읽게 되면 히말라야는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신의 영역이여서 내가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허약체질의 길치인 나도 도전해 봐도 되겠단 용기를 심어 준 책이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은 한 달에 걸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종주기를 기록한 첫 여행 에세이이자 생애 최초 해외여행이다. 가장 노릇을 하던 20대부터 작가가 되기까지 무한 질주의 삶은 계속 될 줄 알았으나,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런 그녀에게 후배 지영이가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묻자 번뜩 떠오른 곳이 ‘안나푸르나’였다. 비행기도 타본 적 없고 타고난 길치인 그녀를 혼자 보낼 수 없는 남편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후배 소설가 김혜나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다. 

정유정과 김혜나가 선택한 코스는 안나푸르나 환상종주(Annapurna Circuit)는 네팔 히말라야 산맥 중부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영봉을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만만치 않은 트레킹 코스다. 또한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를 통과해야 하는 미션도 있다. 이 코스는 전문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다녀올 수 있는 트레킹 코스지만, 만만하게 본다면 큰 코 다칠 위험이 도사리는 지대이다. 

안나푸르나에서 그녀가 얻고자 하는 것은 방전된 에너지, 꺼져버린 욕망이란 엔진을 다시 끓게 하여 이야기꾼이 되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한 일이 있을 때 산에 오르면 정리가 될 듯 하나 막상 오르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며칠 째 계란 후라이만 먹다가 생긴 저혈당에 고산병 증세까지 겪게 된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방전된 에너지도 욕망도 아닌 흰밥과 김치이다. 결국, 그녀가 원했던 안나푸르나에서 환상여행에서 환상방황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에게 닥친 고난과 실수투성인 여행이 인간적으로 와 닿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유정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안나푸르나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함이 아닌 떠나온 나와 돌아갈 나는 다르지 않음을. 예전에도 싸움닭이었고 죽을 때까지 덤벼들겠다는 싸움닭이라는 것이다. 절대 굴하지 않는 강인한 싸움닭으로 여러 차례를 한계를 넘고 마침내 쏘롱라패스 정상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네팔병’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한 번 히말라야에 다녀오면 반드시 또 가고야 만다는 불치병이란다. 여정의 험난함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특별한 순간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산병만큼이나 흔하게 걸린다는 이 지병에서 나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포카라에 도착하자마자 히말라야가 그리웠다. 다음 소설을 끝내면 나에게 상을 주는 의미에서 에베레스트에 가야지, 마음먹었다. 그 다음 소설을 끝내고 나면 마나슬루, 그 다음다음은 무스탕..., 최종 목표는 다울라기리.  
 - 작가의 말 중에서 -

안나푸르나 종주를 마치고 휴양도시 포카리에서 그녀는 쉬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지루했다. 링 위에서 돌진하는 싸움닭으로 발뒤꿈치가 근질근질한 것이었다. 이야기꾼이 되기 위한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여 전혀 쓸 생각이 없었던 여행 에세이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본문 중에서 -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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