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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개 식용 금지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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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1.11.04 11: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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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7일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에 관련한 보고를 받으면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언급하면서부터 개 식용 문제가 다시 공론에 올랐다. 개의 식용에 관한 우리의 풍습을 알 수 있는 첫 기록은 고려 말인 13세기 중반 태안 앞바다에서 좌초된 마도 3호의 목간에서 나온 구포(拘脯·개고기 포)이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식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24절기의 소서(小暑)부터 더위가 물러간다는 쳐서(處暑) 사이에 초복, 중복, 말복을 삼복이라 하여 잡절(雜節)로 삼고, 개장국을 먹는 것이 관습이었다. 복날 개장국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개장국을 먹게 된 이유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설과 함께 무더운 여름철에 땀을 흘리며 일하던 농부들에게 단백질 원이라곤 가까이에 있는 개뿐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당시에도 개를 꺼린 사람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개장국처럼 만든 육개장이 등장했다. 개장국은 정조가 세자였을 때의 일기인 일성록(日省錄: 1795.6.18.)에서 ‘어머니(慈宮)에게 가장증(家獐蒸·개고기 찜)을 진찬(進饌)하였다’고 하여 왕실 행사에도 등장한 것을 알 수 있고, 또 김치인 등이 펴낸 속명의록(續明義錄)에도 ‘대궐 밖의 개 잡는 집에 가서 개장국을 사 먹었다’고 하여 보편적인 외식으로 자리 잡은 것을 짐작하게 한다. 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개고기를 대파와 함께 푹 삶은 것을 개장(狗醬)이라고 하며, 개장국을 만들어 산초가루를 치고, 흰밥을 말면 계절 음식이 된다. 이것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도 물리치고 보신도 된다’고도 했다.

 

이런 개 식용 풍습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됐다. 이승만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영향으로 개 식용은 많은 통제를 받으면서 개장국은 보신탕(補身湯)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또, 88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개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보신탕집은 하나둘 뒷골목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된 우리는 반려동물 가구가 638만이 넘고, 반려동물은 860만 마리가 넘어서 개 식용에 관하여 예전과 다른 사회의식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 동물단체들이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동물의 살상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다툼이 얽혀 있는데, 현재 국회에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개 식용 문화 자체가 없는 서구권 국가들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중국·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개 식용’을 즐겼지만, 점점 규제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대만은 2017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여 개, 고양이의 식용을 금지하고, 판매·구매·식용·보유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을 부과한다. 또, 해당 법을 위반한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금지된다. 필리핀은 소·돼지·염소·양·가금류·토끼·물소·말·사슴·악어 외의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고 입법했고, 싱가포르와 홍콩도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처벌하고 있다. 중국도 개를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로 분류하고,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가축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가축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도 2019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개 식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고양이의 식용 금지는 생산자와 동물보호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충분한 사전적 논의를 통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유보적인 의견을 냈는데, 그 저변에는 약 11만7000가구로 추산되는 전국 식용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편, 지난 6월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성인 1,012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21.5%는 개고기 섭취를 법으로 금지를, 72.1%는 개고기 섭취를 ‘개인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9월 30일에 발표된 R&SERCH 여론조사는 리얼미터와 정반대로 개 식용 전면 금지 찬성 36.3%, 반대 27.5%로 나타났고, ‘잘 모르겠다’는 유보 의견도 36.1%에 달했다.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조차가 조사기관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서 어느 여론조사만을 믿을 순 없는 상황인데, R&SERCH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찬성 여론이 높지만 반대 여론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또, 리얼미터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가량인 50.7%는 개 식용과 반려 목적을 구분·분리하는 법 발의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이런 주장은 같은 종(種)인 개를 반려용과 식용으로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잔인한 도살·사육 환경 등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국, 어떤 동물을 식품으로 할 것인지 아닌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정해지며, 가령 법으로 규제한다 한들 불법적인 거래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마약 퇴치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나아가 서구인들이 자기들의 문화적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며, 다른 나라를 재단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가령, 프랑스에서 거위 간을 요리하는 푸와 그라(foie gras)를 금지시킨다면, 그들은 왜 자기네 식문화를 간섭하느냐고 반발할 것이 뻔하듯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반문명적이고 야만적이다. 미국 유에스에이(USA)투데이는 문 대통령의 개고기 관련 발언을 보도하면서 최근 세대 간 두드러진 개 식용 관련 갈등과 여론조사 결과 등을 소개했는데, “한국 문화에서 개고기는 회복력을 높이고 정력을 증가시키는 신화적인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관습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런데도 금지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 국민 중에서도 특정 음식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부정적인 이들이 많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도 그 취지라고 해석된다. 우리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서양인의 잣대에 맞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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