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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한국인의 뿌리 - 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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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주 기자 | 2021.02.18 12:46 입력

정승열.JPG

 

해가 갈수록 점점 퇴색해지는 전통명절이지만, 또다시 설을 맞았다. 우리는 부모를 찾아뵙고 조상에게 성묘하는 반만년 역사라고 말하지만, 단군이 세운 고조선의 2,300여 년은 신화로 치부하고, 삼국시대부터 2,000여 년만을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웃 나라 중국은 삼황오제 역사를 주장하다가 은나라까지 소급하는 등 후세로 오면서 점점 기원이 올라가는 가상설(加上說)을 취하고, 또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지방정권으로 편입시키는 이외에 한반도까지 영토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도 없는 역사를 날조하여 천신의 자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동아시아의 지리를 기록한 가장 오래된 책인 산해경(山海經)에 나타나는 조선(朝鮮)의 기록조차 믿지 않고 있다.

 

수많은 민족이 이합집산을 거듭한 중국에서 산해경은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월남·티베트·몽골 등 동아시아의 고대 문화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사료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소개하고 있는 산해경은 한나라 말 유향(劉向)·유흠(劉歆: 劉秀) 부자가 하나라 우왕 때 백익(伯益)의 저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해경은 일시에 저술된 것이 아니라 하나라 우임금 때 오장산경(五藏山徑)이 만들어지고, 하 왕조 때 해외사경(海外四經)이, 은나라 때 대황사경(大荒四經)이, 그리고 주 시대에 해내오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통설이다.

 

동진의 곽박(郭璞)이 최초로 산해경 주석(山海經注)를 펴냈는데, 그는 18장 해내경에서 ‘천독국이 곧 고조선이다’고 밝혔다. [郭璞云 天毒即天竺國 貴道德 有文書 金銀錢貨 浮屠出此國中也 晉大興四年 天竺胡王獻珍寶]. 즉, “곽박은 말한다. 천축국(天竺國)이란 이상적인 나라 즉, 낙원을 뜻하는데, 천축국은 도덕을 귀하게 여겼고, 문자, 금은, 돈이 있다(貴道德 有文書 金銀 錢貨)”고 하였다.

 

또 청의 학자 오임신(吳任臣)은 곽박의 산해경주를 보완하는 산해경광주(山海經廣注)에서 더욱 분명하게 산해경의 해내경과 대황경은 모두 고조선의 역사를 기술한 고조선의 사기(古朝鮮史記)라고 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송의 나필(羅泌)이 노사(路史)의 각주에서 “해내경과 대황경은 조선기(朝鮮記)이다.”라고 밝히고, 1734년 산서통지(山西通志)에도 기록된 것을 재인용 한 것이지만 오임신 이외에 송의 라벽(羅璧)이 펴낸 식유(識遺), 명의 동사장(董斯張)이 편찬한 광박물지(廣博物志), 고기원(顧起元)의 설략(說畧), 청의 장기(蔣驥)가 편찬한 산대각주초사(山帶閣註楚辭) 등에서도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한민족(韓民族)’이라고 말하는데, 한민족은 1) 한반도 남단에 살던 마한․ 변한․ 진한 등 한족(韓族), 2) 요동에 살던 고조선 등 예족(濊族), 3) 그리고 북방계 민족이 이동하는 길목에 있던 부여와 고구려 등 맥족(貊族) 등 세 종족 중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학자들은 이 세 종족은 북방의 몽골에서 비롯되었으며, 신석기 시대인 13,000년 전에 민족이동을 시작하여 해발 1,000m 정도인 싱안링산맥(興安嶺)에서 목축하던 몽골족은 몽골 초원으로, 수렵과 어업에 종사하는 고리족(稿離國)으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고리족은 헤이룽강이 쑹화강과 합류하는 헤이룽강의 중하류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은 부여가 있던 지역으로서 오늘날의 길림. 농안, 장춘 지역이다. 고리족은 다시 맥족 혹은 예족으로 분파되었는데, 이들은 외형상 넓은 얼굴과 작은 눈, 높은 광대뼈가 가장 두드러지고, 중국 한족에는 없는 엉덩이의 몽고반점이 있고, 고수레 풍속, 솟대, 흰옷, 서낭당 등의 풍습을 갖고 있다.

 

몽골 과학원의 발란도르지 수미야바타르 박사(Sumiyabaatar)는 ‘고리’는 몽골족의 일파인 코리 족(KHORI)의 음역이며, 코리 족은 헤이룽강 상류와 하류에 걸쳐 거주했다고 한다. 몽골족의 원조인 보돈차르의 어머니 아랑고아의 아버지가 코리족이었다고 하는데, 그 무렵 헤이룽강 상류는 부여가 있던 지금의 길림·농안·장춘 지역이니, 어쩌면 이곳이 고리국 또는 고리족이 살던 지역으로서 북부여를 달리 부르는 명칭이 아니었을까 싶다. 몽골의 가장 북쪽인 바이칼호 주변은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으로 러시아로 편입된 지역인데, 이곳의 부리아트족(Buriat)은 자신들을 ‘고리족=코리아(Korea)’라고 한다.

 

한편, 중국 측 사서는 주몽이 세운 고구려는 ‘코리=고리’를 한자로 음차하여 ‘구려(句麗)’라고 표기했는데, 고리 앞에 붙은 ‘고구려’의 ‘고(高)’는 ‘대한민국’의 대(大)와 같이 높임말이거나 고구려 왕실의 성씨가 고씨라고 한다. 이런 해석은 전한을 찬탈하고 15년 동안 신(新) 왕조를 세웠던 왕망이 고구려를 하구려(下句麗)로 낮춰 부르게 했다는 기록에서 그 취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리국에 관해서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기록이 없지만, 고구려가 고리국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장수왕이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기면서 고려라고 불렀으며, 중국 사서에도 고구려를 고려라고 표기한 내용이 많다. 또, 충주 고구려비, 구당서, 신당서 등에도 고구려왕을 고려대왕 혹은 고려왕 등으로 불렀으며, 고구려가 망한 뒤 일어난 발해도 대외적으로는 ‘고려’라고 했다.

 

또, 주몽의 출신지에 관하여도 삼국사기, 삼국유사는 중국 사서 통전(通典)을 인용하여 북부여라고 하지만, 후한서, 논형(論衡), 양서, 위략(魏略)에서는 고리국이라 했고, 또 위서(魏書)․ 주서(周書)․ 수서(隨書)에서는 부여라고 하는 등 차이가 있다. 주몽이 맥족이라는 사실도 광개토대왕 비문에서 ‘수묘인(守墓人) 호구’에 대한 부분에서 한(韓)과 예(濊)에 대한 구절에서도 나타나는데, 학자들은 몽골족의 일파인 고리족이 맥족인 부여를 흡수하여 주몽이 고구려를 세운 뒤 고조선의 예족과 합쳐져 ‘예맥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에서 부여와 북부여가 동일 지명인지에 관하여 몇 년 전 박창범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저서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에서 삼국사기에 기록된 천문기록을 컴퓨터로 계산한 결과 고구려의 일식 기록상 최적 관측지는 바이칼호 우측 몽골지역이라 했다. 또, 주몽이 동남쪽으로 길을 떠나 흘승골성(紇升骨城: 현재의 五女山城)에 고구려를 세웠는데, 그 흘승골성이 졸본이라고 한다. 몽골 과학원의 발란도르지 수미야바타르 박사도 홀승골은 몽골의 할힌골강이며, 졸본의 비류수(沸流水)는 부이르호수라고 했다.

 

한편, 한반도 남부에 살던 마한․진한․변한 등 삼한은 맥족인 온조가 남하하여 맥족 국가 백제를 탄생시켰지만, 기마민족인 흉노 일파는 변한을 정복하지 못하고 토착세력과 연합하여 육촌 화백으로 신라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즉, 경주김씨의 시조 김알지는 계림에서 말 울음소리와 함께 금궤에서 나온 아기, 경주 155호 고분 천마총에서 출토된 말과 그 장신구들은 곧 기마민족인 흉노의 상징이라고 한다.

 

다만,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망한 뒤, 한반도 이남으로 축소된 통일신라 지역을 종전의 삼한(三韓)이라고 부르던 것이 오늘날 ‘한민족’으로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배를 타고 온 허황옥이 김수로왕과 결혼했다고 하는 전설과 함께 남방 유이민설이 있고, 또 한 무제 때 흉노의 왕자였다가 포로가 되었던 김일제(金日磾)의 후손이라는 신라 문무왕 비문 등은 지금까지 한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학설이 틀렸음을 말해준다.

 

핀란드의 언어학자 람스테트 교수(Gustaf John Ramstedt: 1873~1950)는 한민족이 혈통상 몽골족 일파인 퉁구스족에 속하고, 언어학상 우랄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했다. 그는 역사비교언어학적 방법으로 각 언어 사이에 음운 대응의 규칙성을 찾아서 우랄 알타이어족을 우랄어족과 알타이어족으로 분리했는데, 싱안링산맥을 기준하여 산맥 북동쪽의 퉁구스인, 남동쪽의 한국인, 북서쪽에 몽골인, 남서쪽에 튀르크인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알타이어족 언어도 현대의 퉁구스어군·몽골어군·튀르크어군, 그리고 한국어로 나눴다. 앞으로 유전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욱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사학자들이 크게 각성해야 할 것 같다.

[ 김민주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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