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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설맞이 - 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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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주 기자 | 2021.02.09 18:11 입력

정승열.JPG

 

코로나 사태로 몸을 잔뜩 움츠린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나니, 명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해가 갈수록 점점 퇴색해지는 전통명절이지만, 정부는 지난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고향에 가지 말고 성묘도 하지 말라고 한다. 명절 연휴 때마다 면제하던 고속도로 통행료도 지난 추석 때처럼 받겠다고 하니, 고향 가는 발을 묶어두려는 속셈인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부모를 찾아뵙고 조상에게 성묘하지 않을 사람은 적겠지만, 주머니가 비었으니 정부 지침을 핑계로 고향에 가지 않고 성묘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2월은 일할 날짜 수가 적은데, 설 연휴로 사흘을 쉬다 보면 2월은 일하는 날이 보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도 명절이 끼어 있어서 이래저래 지출은 더 늘어난다. 월급쟁이들이야 쉬건 말건 또박또박 월급이 나오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일 근로자나 영세사업자들은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다. 올해 같으면 정부가 차라리 설 연휴를 폐지하고 일하라고 지시했으면 더 좋겠다. 요즘 서민들 살기가 너무 힘들다.

 

촛불 정국으로 집권한 현 정부는 3년 반 동안 적폐 청산에 올인하면서 지금의 불황은 코로나 탓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건설경기처럼 시너지 효과가 큰 산업은 없다. 가령 한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하려고 토지를 매입하면, 토지 대금을 받은 사람은 다른 토지를 사거나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시멘트회사와 철강회사는 시멘트와 철강을 많이 팔게 된다. 전기, 토목, 심지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막노동자도 일손을 놓지 않고 처자식을 배 곯리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을 경제학 용어로는 연관효과(linkage effect)라고 한다.

 

1970년대 초 박정희 정부에서 한강의 허허벌판에 잠실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가 그렇게 살아났었다. 신군부 노태우 정부 때에도 200만 호 건설로 경기를 살렸고, 물가를 안정시켰다. 국내 시멘트공장과 철강 공장은 풀가동했고, 아파트를 짓는 모래가 부족해서 바윗돌을 잘게 부숴서 사용했다. 북한산 모래를 수입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바닷모래를 씻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의 주거생활은 아파트가 60%를 훨씬 넘는 상황이 되기도 했는데, 정부는 다주택자들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이 힘들다며 주택공급보다는 주택보유자를 억누르는 정책을 폈다. 정부가 아파트도 지으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를 올리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올렸다면 그래도 숨통은 트였을 것이련만, 정부는 지난 3년여 동안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중과세로 올인했다.

 

그 결과 서민이야 죽건 말건 착실하게 세수는 확보했는지 몰라도, 서민경제는 밑바닥을 넘어서 수렁에 빠져버렸다. 이문이 남으면 하나라도 물건을 더 만들어 파는 것이 기업의 생리여서 자본이 부족하면 은행 대출을 받아 물건을 생산했지만, 지난 3년 동안 기업들은 은행 대출은커녕 정부의 정책 부재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 삼성, 현대, SK 등 국내 몇몇 재벌기업의 사내 유보금만도 정부의 1년 예산을 넘는다고 한다. 기업에서 돈을 쓰지 않고, 다주택자에 가계대출을 막아버리고 나니 돈은 회전되지 않는다. 은행도 돈만 쌓여서 예금주에 줄 이자는 점점 떨어져서 지금은 아무도 은행에 돈을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빈곤의 악순환이다.

 

이런 부동자금이 넘쳐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편승한 갭 투자가 날뛰고 있다. 주택 공급은 한정되어 있으니, 수요자가 늘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평범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일치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의 기초이론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지난 3년 반의 경기 불황을 모두 야당 탓이고 코로나 탓이라고 말하지만, 그동안 무려 스물세 번의 부동산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모두가 중과세 일색이다. 그렇게 부동산정책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라진 후임자가 여의도로 돌아가고, 후임자가 왔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새해 들어 이런 정책의 난맥상을 느꼈는지 대통령은 서울에 32만 호 등 전국적으로 아파트 83만 호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통상 착공 후 2년이 지나야 입주가 가능한 것을 생각하면 그 성과는 정권이 바뀐 후에나 나올 것 같다.

 

뒤늦게나마 현실을 깨달은 것은 좋지만, 지금까지 국민을 실험용 몰모트로 여긴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매년 1월 말에 내는 부가세를 무슨 생각에서인지 한 달을 늦춘 2월에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1월에도 없던 자금이 2월이라고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것은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짓이다. 돈을 모아두었다가 세금을 내지 못하는 영세업자는 더더욱 힘이 벅찰 뿐이다.

[ 김민주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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