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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변호사시험, 너른 양해를 할 수 없음을 너른 양해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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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1.01.11 12:40 입력


양필구.jpg
양필구(전남대 로스쿨 7기)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10회 변호사시험이 지난주 토요일 끝났다. 4박 5일이라는 살인적 기간, 순수하게 시험을 보는 시간만 하루 6시간이 넘는 혹독함은 도대체 이런 행위를 사람에게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시험을 본 모든 수험생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졸업을 희망하는 이들의 절반 가까이는 졸업을 하지 못했다. 이미 미 졸업자의 수치가 1,200명을 넘은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절반은 휴학 혹은 졸시탈락으로 걸러진다. 이렇게 걸러진 절반 가운데 절반이 시험에 합격한다. 법무부가 말하는 ‘정원대비 합격률’은 불기소 세트의 99만 원처럼 만들어진 가공의 개념에 불과하다.

 

지난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당시 정원대비 합격률이 101%가 나온 학교가 존재한다. 전원합격이 100%인 것은 너무나도 상식이라 의문을 제기해 본 적도 없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건 명백히 합격률 산정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검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관념을 뒤집으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사수할 수 있는 몰염치, 그리고 이에 항거하는 이들을 분열시키고 짓밟을 수 있는 냉혹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자질을 갖춘 검사들이 있는 법무부 법조인력과에서 101%의 합격률은 ‘너른 양해’가 가능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제10회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사태들을 봤을 때 앞서 언급한 사안들은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사태 속에서 나는 수험생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법무부가 학생들에게 구한 ‘너른 양해’는 할 수 없다. 하지도 않을 것이며 해서도 안 된다.

 

먼저 지난 12월부터의 법무부의 행태를 살펴보자. 지난 12월, 코로나 발생자가 1천 명을 넘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요건이 충족되었다. 정부는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시행하였다. 이에 학생들은 수백명의 학생이 한 장소에 밀집하는 변호사시험의 연기를 요청하였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 시험의 연기는 당연한 것이었다. 나라에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의 집합을 강도 높게 금지하는 상황에서 수백, 수천명을 밀집시켜 시험을 본다? 이렇게 할 것이라면 다른 시설들은 왜 집합을 금지시켰는가.

 

수험생은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상황에서도 개처럼 끌려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가? 법무부 법조인력과의 검사들은 자신들의 영달, 그리고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나라의 방침도 무시하고 학생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존엄성도 짓밟은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정해진 일정대로의 진행을 통한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수험생을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을 하였던 것이다. 확진자는 시험을 볼 수 없다고 공지한 상황 때문에 코로나 검사도 받을 수 없었다. 그래놓고 확진자가 없어 시험을 진행한다는 법무부의 행태는 인권 유린 그 자체이다.

이 상황만으로도 피를 토할 심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다음 문제로는 법전에 밑 줄긋기와 관련된 불공정성이 있다. 1월 5일과 6일 양일간에 있었던 시험과정에서, 몇몇 시험장의 학생들이 법전을 펴는 것이 불가능한 시간대에 법전을 보고, 또 쉬는 시간에 법전에 밑줄을 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변호사시험은 광범위한 양의 내용을 숙지하여야 볼 수 있는 시험이며 소위 말하는 법전의 좌표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당락에 큰 영향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미리 법전의 좌표에 표시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시험의 점수에 큰 차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무부에서도 사전공지에서 ‘법전에 밑줄을 그을 수 없다’라는 공지를 한 것이다. 하지만 몇몇 학교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이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자 법무부는 법전에 밑줄을 그을 수 있다는 식으로 기준을 바꾸었다.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해 멋대로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모 대학에서 시험감독을 했던 한 감독관이 법무부의 지시사항으로 이런 사항을 단속하지 말라고 했다는 양심선언이 있었다. 법무부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잘못을 저질렀다. 여기에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마킹을 하게 해 주는 등의 일도 발생하였다.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 관련된 문제유출 의혹과 공법기록형의 복사붙여넣기 문제에 비하면 위의 심각한 문제들조차 아예 촌극에 불과하다. 시험 첫날 학생들의 멘탈을 파괴하였던 감염병예방법 관련 문제, 그리고 특히 모의고사에도 한 번 나와본 적이 없었던 공법 기록형의 신유형은 알고보니 모 대학의 기말고사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이었다. 당사자는 법무부가 10년 전에 배포한 자료라고 하였지만 다른 교수들의 증언을 통해 그러한 자료를 받은 적이 없음이 명백해졌다. 대다수 학생은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에 정신이 붕괴되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지만 누군가는 그 문제를 이미 풀어본 것이다. 심지어 당사자의 이름만 바꾸면 논리구조는 아예 똑같은 수준으로 문제가 나왔다. 대한민국 시험사에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시험장에서 가끔 ‘1분 일찍 타종’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가끔 이런 일은 발생하고, 이런 사고들이 양해가 가능한 것이다. 양해는 상대방이 저지른 과실에 대하여 관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저지른 일련의 사태들은 전부 고의에 의한 것이다. 법무부 검사들의 원하는 세상은 법조인의 수가 통제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이 시국에 시험장에 갈 수밖에 없었다. 왜? 변화 그 자체가 현 질서유지에 방해가 되니까. 그리고 이번 시험에서는 무수히 많은 부정이 자행되었다. 이건 고의에 의한 일로서 양해를 할 사안이 아니다. 법무부에서 문자 하나 틱 보내며 ‘암 쏘 쏘리’ 한다고 ‘오브 콜스’할 수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법무부가 학생들에게 부탁한 ‘너른 양해’는 할 수가 없다. 법무부는 학생들에게 정도껏 해라. 그리고 염치를 갖추라. 이런 사태에 양해를 구할 때의(물론 양해도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요건은 담당자 전원이 사표 제출이다. 그리고 법무부는 이 모든 전제조건을 공정하게, 납득 가능한 상태로 수치화하고 산출하여 공정한 기준을 제시하라. 법무부는 건승하라.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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